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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 ㅣ 사계절 1318 문고 43
임태희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꽤 이쁜, 그래서 호감이 가는 책 표지를 보고 아침독서 시간에 읽으려고 학교에 가져갔다. 20분에 정확히 종이 울리고, 먼저 표지를 넘기고 작가 소개를 살펴보았다. 어머나, 내가 아는 책이 두 권이나 있네! <쥐를 잡자>와 <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그리고 이제부터 읽을 <나는 누구의 아바타 일까>! 좀 가볍고 별 내용이 들어있지 않던 <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은 그다지 정이 가지 않았지만, 나로써는 꽤 좋은 평(별4개)을 붙였던 <쥐를 잡자>를 쓴 독특한 작가가 썼기 때문에 왠지 기대가 많이 갔다.
이 책의 주인공은 3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주가 관찰자가 되고, 자신과 화, 그리고 이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역시 주제는 성폭력, <쥐를 잡자>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성매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에서 영주는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하고 세상이 아바타 월드이며, 자신은 관리자가 지시하는 데로 살아가는 아바타에 불과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은 아바타가 아닌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몸을,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화는 성매매를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이손은 끝가지 자신을 아바타라고 하지만 마음의 미로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성폭력과 성매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해서, 또는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고 당했다. 마음 속에 뼈가 깎아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도 남에게 말할 수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 잊었다, 잊을꺼다 라고 생각하며 점점 자신을 숨기고 존재감을 없앴다. 아무도 그녀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시키지 않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는 없다. 모두가 미혼녀들이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을 동정하고 애정어린 눈길로 보자 하고 주장해도, 결국 그들을 향한 눈길에는 멸시와 더러움이 섞여있다. 그리고 그 눈길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숨기고 스스로를 죽인다. 세상은 아무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모두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상을 이루는 것들은 바로 우리이다.
자신을 아바타라고 표현하다니, ridiculous. 나는 나 자신을 지배할 수 있었고, 지배할 수 있으며, 지배할 것이다. 인터넷의 여러 사이트에 내 아바타가 있고, 내 공책에도 아바타가 붙여져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아바타가 아니다. 사회는 그들을 굴복시킬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만약 자신이 죄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들은 당한 것이므로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 그 사실을 당당히 밝힐 필요는 없다. 더럽고 추한 이야기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마음 속에 꼭꼭 숨겨놓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더 말도 안되는 것일 것이다.
이 책도 역시 독특한 정신세계와 개성있는 필체가 눈에 띄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왠지 <쥐를 잡자>에 비해서 너무 복잡하고 표현 방법이 그다지 적절하지 않으며 가끔씩은 지루하게 내용이 전개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바타를 주제로 삼았다는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