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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3
차오원쉬엔 지음, 김택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예민하거나 심각하게 반항적인 사춘기를 보내지 않았다. 일명 양아치들과 살짝 어울려 다니면서 몇 번 잘못을 저지른 적은 있었지만, 내 생각에 그건 사춘기 때문이 아닌 그저 스쳐가는 여러 사건들 중 하나였다. 어쩌면 내게는 아직 오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이렇게 무딘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중 3때 오면 어쩌지? 엄청 걱정이 된다.
음, 이야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나는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고, 사춘기라는 말에 민감해 졌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이 내 손에 잡혔을 때 솔직히 ‘아 이건 또 무슨 이야기야’하고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솔직히 21세기 청소년들에게서 순수함이 라던가, 깨끗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됐다.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심지어는 담배를 피울 정도로. 하지만 주인공 시미가 사는 곳은 달랐다. 말 그대로 수탉의 울음소리를 듣고 깨어나서 헐렁한 고무신을 끌고 학교로 걸어가는, 그런 곳이다. 학원의 ‘원’자도 못 들어본(왜 ‘원’자냐 하면, ‘학’자는 학교가 있으니까) 아이들이 강가에서 고기를 잡고 헤엄을 치면서 노는 곳, 그런 시골이다.
그런 아름다운 곳에 사는 아이들은 당연히 순수할 수밖에 없다. 시미도 그 순수한 아이들 중 한 명이다. 유난히 그림을 새기는 것을 좋아하는 시미는 아무 곳이나 그림을 새기곤 해 언제나 부모님께 혼난다. 하지만 도회지에서 온 지청 중 붉은 손수건을 매단 소녀, 메이원은 달랐다. 예술가인 부모님 밑에서 미술을 배운 그녀는 시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한편 시미는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만든 메이원에게 조각을 배우며 점점 그녀에 대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이원은 도시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책을 읽을 때에는 그냥 재미있어서 읽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사랑이고 사춘기였다. 시미는 너무나 순수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홍어우와 메이원이 친해졌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도 싫었는지 몰랐다. 그건 질투였다. 안 그래도 사춘기가 와서 예민한 상태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메이원이 홍어우와 친해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싫었을까. 오죽하면 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을까(ㅋㅋ).
꽤 재미있는 책이였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있어서 흥미진진했고, 주인공인 시미의 내면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 귀엽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또래의 청소년들의 문제들을 더 잘 알게 되어서 속상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