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도시 이야기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6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처음에는 제목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너무 단순한 것 같기도 하고 성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책을 읽어봐야 아는 것이 제목의 뜻이기 때문에 다 읽고 난 후에는 ‘제목 참 잘 지었네...’ 하고 생각했다.
이 책은 영국과 프랑스가 혁명의 피바람에 휩쓸리기 직전, 국민들이 고통 받는 동안 귀족들이 사치를 누리는 시기에서 시작한다. 날이 갈수록 식량이 떨어지고 굶어 죽는 백성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왕실과 귀족들은 날마다 화려한 파티를 벌이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국민들은 힘을 합쳐 들고 일어나 관리들과 귀족들, 심지어 자신들의 왕과 왕비까지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시기에, 이 책의 주인공 중 한명은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이 책의 주인공은 꼭 집어서 한 명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만큼 인물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주인공다운 사람은 시드니이다. 시드니는 뛰어난 변호사였지만, 언제나 동료인 스트라이버에 가려 그 빛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찰스 다네의 재판에서 아름다운 루시를 보고 사랑에 빠진 그는 매일 밤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찰스와 루시의 결혼식이 있기 전날, 그는 루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돌아섰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대가를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라도 사랑을 주기만 바랬던 시드니. 그는 정말로 루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찰스 다네가 하인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가자, 프랑스 국민들은 그를 귀족출신이란 이유로 감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찰스 다네의 재판 결과가 ‘24시간 안에 처형’으로 내려지자, 루시는 그만 기절하고 만다. 그러자 찰스와 무척 닮은 시드니는 간수를 구워삶아 찰스를 내보내고 대신 처형당한다.
하지만 이와 대조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드파르주 부인이다. 그녀는 찰스의 가문, 즉 에브레몽드 가문의 소작농의 딸이었다. 그런데 그 가문의 쌍둥이 형제들이 그녀의 언니를 탐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했고, 누나를 지키려고 싸운 남동생마저 심각한 부상을 입혀 죽였다. 그래서 그녀는 귀족과 왕실에 대한 엄청난 혐오감을 갖게 되어 찰스를 죽이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시드니와 드파르주 부인의 공통점은 이것이다. 둘 다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는 것. 하지만 그것으로 공통점은 끝이다. 시드니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오직 순수한 사랑만이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한 것이다. 하지만 드파르주 부인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복수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오직 그 복수를 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물론 그녀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로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은 결코 그녀의 행동을 합리화 시키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 ‘두 도시 이야기’는 작가의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어 주는 말이다. 두 도시는 단순히 프랑스와 영국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평화와 전쟁, 사랑과 분노, 용서와 복수를 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