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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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이 석유를 탐내 이라크에게 전쟁을 선포했던 적이 있었다. 2002년쯤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 때 소년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13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총을 잡고 전쟁터로 뛰어든다는 이야기. 사실 그 때는 내 또래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왠지 멋있어 보였다.

 

  이스마엘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났다. 어느 날, 반군이 이웃 마을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그는 급히 집으로 가보지만 가족들을 만날 수 없었고, 마을을 떠나 반군을 피해 도망 다닌다. 마침내 자신들을 환영해 주는 마을에 도착하고,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을 따라 부모님이 있다는 곳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반군의 습격을 받아 가족이 살고 있던 집이 불탄 상태. 충격을 받은 이스마엘은 총을 잡고 전투를 시작하게 되고, 전쟁에서 큰 공을 거두는 뛰어난 소년병이 된다.

 총을 잡고 전쟁터를 누비는 기분은 어떨까? 내 나이 때 이스마엘은 총을 잡고 반군들을 쐈고 포로들의 목을 긋는 데 선두에 서기도 했다. 약물도 복용했고 총에 맞아 심각한 부상도 당해봤다. 바로 옆에서 친구가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모습도 보았고, 학생들이 모여 댄스파티를 하는 학교에 총을 쏘아 보기도 했다.

  과연 내 또래 아이들이 그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었을까? 이스마엘은 바로 앞에서 가족들이 살던 집이 무너져 내린 것을 똑똑히 보았다. 사이두는 세 명의 누나들이 반군에게 겁탈당하며 울부짖는 것을 들었다. 카네이는 부모님과 함께 탄 배가 뒤집히고, 반군의 총질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와 피가 강에 넘실대는 것을 보았다.

  미군은 자신과 함께 살던, 함께 하던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이용했다. 그들의 복수심은 반군이 아이던, 여자든, 노인이든 죽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들이 반군의 협박에 의해 그들을 도와주거나 따르던 사람이들 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복수심과 스릴에 빠진 아이들의 눈에 그들이 보이기는 할까? 잡은 포로가 겁을 먹고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며 웃다가 목을 가르는 아이들의 눈에 그들이 불쌍해 보이기는 할까?

  이스마엘은 어른들이 벌인 전쟁의 희생양이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고, 또 누군가를 죽이는 전쟁에서 이스마엘의 가족은 반군에게 죽임을 당했고, 이스마엘은 가족을 죽인 반군들을 죽였다.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너무나 끔찍한 전쟁의 피해자가 되어 어린 나이에 고통을 받았다.

  아직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곳곳에는 수많은 소년병들이 남아있다. 그들은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재산을 약탈하는 적군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그들을 죽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몇 백 명, 아니 몇 천 명의 소년병들이 죽거나 생겨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그들을 구해주고 치료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구해주고 치료하기 전 어른들이 벌인 전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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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6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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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제목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너무 단순한 것 같기도 하고 성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책을 읽어봐야 아는 것이 제목의 뜻이기 때문에 다 읽고 난 후에는 ‘제목 참 잘 지었네...’ 하고 생각했다.

 이 책은 영국과 프랑스가 혁명의 피바람에 휩쓸리기 직전, 국민들이 고통 받는 동안 귀족들이 사치를 누리는 시기에서 시작한다. 날이 갈수록 식량이 떨어지고 굶어 죽는 백성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왕실과 귀족들은 날마다 화려한 파티를 벌이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국민들은 힘을 합쳐 들고 일어나 관리들과 귀족들, 심지어 자신들의 왕과 왕비까지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시기에, 이 책의 주인공 중 한명은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이 책의 주인공은 꼭 집어서 한 명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만큼 인물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주인공다운 사람은 시드니이다. 시드니는 뛰어난 변호사였지만, 언제나 동료인 스트라이버에 가려 그 빛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찰스 다네의 재판에서 아름다운 루시를 보고 사랑에 빠진 그는 매일 밤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찰스와 루시의 결혼식이 있기 전날, 그는 루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돌아섰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대가를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라도 사랑을 주기만 바랬던 시드니. 그는 정말로 루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찰스 다네가 하인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가자, 프랑스 국민들은 그를 귀족출신이란 이유로 감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찰스 다네의 재판 결과가 ‘24시간 안에 처형’으로 내려지자, 루시는 그만 기절하고 만다. 그러자 찰스와 무척 닮은 시드니는 간수를 구워삶아 찰스를 내보내고 대신 처형당한다.

 하지만 이와 대조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드파르주 부인이다. 그녀는 찰스의 가문, 즉 에브레몽드 가문의 소작농의 딸이었다. 그런데 그 가문의 쌍둥이 형제들이 그녀의 언니를 탐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했고, 누나를 지키려고 싸운 남동생마저 심각한 부상을 입혀 죽였다. 그래서 그녀는 귀족과 왕실에 대한 엄청난 혐오감을 갖게 되어 찰스를 죽이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시드니와 드파르주 부인의 공통점은 이것이다. 둘 다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는 것. 하지만 그것으로 공통점은 끝이다. 시드니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오직 순수한 사랑만이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한 것이다. 하지만 드파르주 부인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복수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오직 그 복수를 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물론 그녀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로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은 결코 그녀의 행동을 합리화 시키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 ‘두 도시 이야기’는 작가의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어 주는 말이다. 두 도시는 단순히 프랑스와 영국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평화와 전쟁, 사랑과 분노, 용서와 복수를 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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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씨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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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접했던 ‘주홍 글씨’는 내게 지루함 그 자체였다. 책의 디테일을 꼼꼼히 눈여겨본다거나,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알아보는 섬세함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그때는 이 책이 굉장히 이상하고 내용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나보다.

 이번에 다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작품의 시대배경이다. 이 책의 저자가 살던 시대는 엄격한 청교도가 지배하던 시대에서 자유가 존중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저자는 책의 주인공으로 젊고 약한 여자를 선택했다. 그녀의 잘못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죄 값을 치루고 나서도 무시했던 청교도인들. 작가는 그들을 비난하고 싶었을 것이다.

 헤스터 프린은 이 책의 주인공이자 온갖 시련을 겪는 여자이다. 곧 따라오겠다던 남편을 뒤로하고 뉴잉글랜드로 이민한지 2년이 지났지만, 남편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녀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고, 결국 10개월 후 귀여운 여자아이를 낳게 된다.

 엄격한 청교도 인들에게 남편이 곁에 없는 여자의 배가 불러오는 것은 죄였을 것이다. 청교도 신자들은 그녀를 감옥에 가둔 뒤, 판결을 내린다. 평생 동안 A를 가슴에 달고 다니라는 것과, 처형대 위에 3시간동안 서있으라는 것. 그녀가 처형대 위에 서 있을 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욕하고 비웃으며 청교도신자들이 너무 약한 벌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 후로 그녀는 마을사람들에게 천대를 받으며 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녀가 과연 그런 가혹한 시련을 받아야 했을까? 물론 그녀는 남편이 곁에 없었는데도 아기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녀는 평생 동안 짊어질 짐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가슴에 수놓아진 A와 사람들의 천대. 나는 그 한번의 실수가 평생을 힘겹게 살아가야 할 큰 죄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헤스터 프린 이었다면 그런 고통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었을까? 나는 참지 못하고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헤스터 프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만 평생 동안 그 죄로 인해 고통 받지는 않았다. 그 죄를 씻어내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도 참았다. 그리고 처형대에 서있던 날 후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가슴의 A가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답게 수놓아졌다고 생각한다. A는 그녀의 죄의 대가였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그 죄 값을 치렀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축하하고 반성하는 의미로 A를 새긴 것이 아닐까? 또 더 나아가서 자신의 죄를 감추고 고통 받는 딤스데일 목사를 용서하고 가엾게 여긴다는 뜻이 아닐까?

 작가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도 자유로웠던 헤스터 프린과, 모두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옥죄어져 있었던 딤스데일 목사를 비교해 청교도인의 엄격한 사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들추어냈다. 하지만 지금 종교선택에 자유로운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다른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죄를 드러내어 반성하고 자유로워지는 것과, 숨기고 고통을 받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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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작은 곰자리 1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제인 다이어 그림, 김지선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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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에 놀러 갔을 때 먹은 초콜릿 쿠키 맛은 아직도 꿈만 같다. 달콤하고, 사르륵 녹고, 냄새도 맛있고, 초콜릿도 씹히고... 한국의 쿠키 과자하고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이 책은 그런 쿠키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기다린다는 건 쿠키가 익을 때까지 참고, 참고 또 참는 거야!’, 그리고 ‘겸손하다는 건 쿠키를 아주아주 잘 구웠을 때에도 자랑하지 않는 거야!’. 이렇게 작가는 쿠키를 굽는 사람들이 아주 단순하게 해왔던 일들을 교훈, 또 재미와 엮어 아이들에게, 또는 어른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준다.

 이 책은 그림책이고 내용이 아주 간단하지만, 그 내용 속에 들어있는 메시지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쿠키를 만들어 먹으면서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아니, 쿠키를 만드는 과정, 만든 후에 직접 이 책의 내용대로 해 보며 아이들을 가르쳐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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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색연필> 서평단 알림
천국의 색연필 - 전 일본을 울린 열한 살 소녀 이야기
마이클 그레니엣 외 그림, 코야마 미네코 글 / 파랑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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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분명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그곳에서도 행복하게 계속 시를 쓰며 그림을 그리리라. 그래서 천국에서 색연필은 더욱 필요하리라.

  이 책은 일본의 한 소녀가 불치병을 앓으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에게는 힘들고 때로는 억울할텐데, 소녀는 결코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에게 미안하고 또한 고맙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은 동생이 한 없이 사랑스럽다. 일본어이지만 간간이 알아볼 수 있는 한자가 더욱 친근감을 준다. 다음 달에 일본에 가는데, 일본이 좀더 친숙한 느낌이든다.

  하트를 유난히 좋아했던 소녀. 나도 그렇다. 오른손의 힘이 빠져 왼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는 믿기 어려운 솜씨.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글씨와 그림이 깊은 인상을 준다. 시를 쓴 시각까지 기록한 소녀. 그녀에게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색연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념품이 된 것이리라. 그곳에서도 행복하길! 결코 슬픔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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