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씨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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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접했던 ‘주홍 글씨’는 내게 지루함 그 자체였다. 책의 디테일을 꼼꼼히 눈여겨본다거나,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알아보는 섬세함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그때는 이 책이 굉장히 이상하고 내용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나보다.

 이번에 다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작품의 시대배경이다. 이 책의 저자가 살던 시대는 엄격한 청교도가 지배하던 시대에서 자유가 존중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저자는 책의 주인공으로 젊고 약한 여자를 선택했다. 그녀의 잘못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죄 값을 치루고 나서도 무시했던 청교도인들. 작가는 그들을 비난하고 싶었을 것이다.

 헤스터 프린은 이 책의 주인공이자 온갖 시련을 겪는 여자이다. 곧 따라오겠다던 남편을 뒤로하고 뉴잉글랜드로 이민한지 2년이 지났지만, 남편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녀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고, 결국 10개월 후 귀여운 여자아이를 낳게 된다.

 엄격한 청교도 인들에게 남편이 곁에 없는 여자의 배가 불러오는 것은 죄였을 것이다. 청교도 신자들은 그녀를 감옥에 가둔 뒤, 판결을 내린다. 평생 동안 A를 가슴에 달고 다니라는 것과, 처형대 위에 3시간동안 서있으라는 것. 그녀가 처형대 위에 서 있을 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욕하고 비웃으며 청교도신자들이 너무 약한 벌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 후로 그녀는 마을사람들에게 천대를 받으며 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녀가 과연 그런 가혹한 시련을 받아야 했을까? 물론 그녀는 남편이 곁에 없었는데도 아기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녀는 평생 동안 짊어질 짐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가슴에 수놓아진 A와 사람들의 천대. 나는 그 한번의 실수가 평생을 힘겹게 살아가야 할 큰 죄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헤스터 프린 이었다면 그런 고통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었을까? 나는 참지 못하고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헤스터 프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만 평생 동안 그 죄로 인해 고통 받지는 않았다. 그 죄를 씻어내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도 참았다. 그리고 처형대에 서있던 날 후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가슴의 A가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답게 수놓아졌다고 생각한다. A는 그녀의 죄의 대가였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그 죄 값을 치렀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축하하고 반성하는 의미로 A를 새긴 것이 아닐까? 또 더 나아가서 자신의 죄를 감추고 고통 받는 딤스데일 목사를 용서하고 가엾게 여긴다는 뜻이 아닐까?

 작가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도 자유로웠던 헤스터 프린과, 모두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옥죄어져 있었던 딤스데일 목사를 비교해 청교도인의 엄격한 사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들추어냈다. 하지만 지금 종교선택에 자유로운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다른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죄를 드러내어 반성하고 자유로워지는 것과, 숨기고 고통을 받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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