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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초능력. 요즘에는 5만 명 중 1명꼴로 초능력을 지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온다고 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어렴풋이 짐작하는 사람부터 아예 과거나 미래로 갔다는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가즈코도 이 능력을 가지게 된다.
어느 날, 달콤한 냄새를 맡고 쓰러진 그녀는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몸이 편하지 않고 그 냄새의 정체를 캐내려고 애쓰던 그녀는, 드디어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분명 어제 다 마친 수업을 선생님은 다시 반복하고, 밤까지 열심히 하던 숙제가 쓰여 있던 노트에는 먼지하나 얹어있지 않았다. 친구 가즈오와 고로에게 상담을 해 보았으나 그다지 위로나 안심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날 밤, 새벽에 “불이야!”라는 외침으로 인해 깨게 된 가즈코는 고로네 목욕탕 부엌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놀란다. 가즈오와 고로가 나온 것을 확인한 그녀는, 비몽사몽으로 밤을 지세고 학교로 향한다. 그런데 고로가 걱정되어 그를 기다린 가즈코는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바로 불이 나지 않았었다는 것! 고로는 그녀가 불길한 말을 한다며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트럭이 두 사람을 덮친다. 그 순간, 그녀가 따뜻한 방 안의 침대를 생각한 그 한순간, 그녀의 몸은 공중에 뜬다.
내게 초능력이 있을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뚫어볼 수 있게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아니까 말이다. 더 나아가서 솔직히 좀 나쁘지만 그 사람을 지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한 사람의 인생을 지배해 보고 싶었다. 아, 안되겠다. 하느님, 제게는 초능력을 내려주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기억을 심거나 지운다는 것, 나쁜 일일까? 미래를 알고 대처하는 것, 나쁜 일일까?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분명히 나쁜 일이다. 내게도 정말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나는 그 기억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아 바르게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기억을 심는 다는 것은... 글쌔, 썩 내키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미래를 알고 사는 인생은? 물론 가즈코처럼 재해에서 벗어나는 운 좋은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것을 꼭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도 한번쯤은 일어나야 다음에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을까?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참 신비한 내용인 것 같다. 뭐랄까, 한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어도 더 미로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랄까? 그래, 그런 것 같다. 굉장히 특이한 책이고, 굉장히 특이한 작가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역시 이 작가는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하지만 어딘가 복잡하고, 정신을 성숙하게 해 주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