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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콘&핼 이굴든 지음, 이영민 옮김 / 북플래너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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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 우리는 궁핍과 망각 때문에 책들과 계약을 맺고, 그것들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지난 삶에 대한 증인처럼 우리와 결속되어 있다.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우리는 축적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중략)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책들은 어느 정도라고 분명치는 않지만 나름대로 정해둔 한계선을 넘어 범람하는 순간에 이른다. 한때 우리의 자존심이었던 것이 이제는 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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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란 자기 몸에 단어가 인쇄되기를 무모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기대하지 않았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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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아직 졸업하지 않았던 10대,
그 시절에 넘보았다가 결국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그 책'보다 4년 뒤에 나온 이 책은 훨씬 다정하고 부드럽게 나를 리드했다. 그러나 상당히 강렬했고, 환상적이어서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책에 대한 단상.
책이 갖는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 아니면 개인적인 가치, 혹은 그 자체로의 가치, 물상적인, 때로는 피상적인 많은 해석과 규정, 논쟁, 그리고 전쟁. 책이 만들어 내는 것, 책을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을 읽고 느끼고 결국엔 집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 그 삶의 종말.
적나라한 상황들로 표현된 그것들이 결국 사구 속에 시체의 손가락처럼 파묻혀 내 몸을 끌어당기는 상상.
익숙하지 않은 나라들과 도시들의 풍경을 헤매면서
결국 반성하게 되는 건 왜지?
여담 하나.
요즘 나오는 책들이 대게, 처음 몇 줄이 상당히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치장되어 있음을 느낀다.
15초 짜리 광고처럼, 혹은 포장 디자인처럼, 내면을 교묘히 감춤과 동시에 현혹시키고 빠져들게 하는 그것들.
나 역시 그에 이끌리는 경우가 꽤 되면서, 가끔 과도하게 불거진 송곳같이 느껴져 씁쓸해질 때가 있다. 왜.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또 절묘하다.
"책은 인간의 운명을 뒤바꿔놓는다"는 한마디에 이 책을 집어든 것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 뒤에 "인간만이 책의 운명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문장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그건 그렇고,
카를로스 브라우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혹시 내 안에 들어와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이미 들어와 있다가 지금은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