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그대로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 ㅣ 보림 창작 그림책
박지윤 지음 / 보림 / 2020년 1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뭐든지 신나게~

뭐든지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뭐든지 상상하는대로~

뭐든지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중얼중얼 아이들이 한글놀이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림책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는

한글로 놀이하는 말놀이 그림책입니다. 

대개 자음 ㄱ,ㄴ,ㄷ 말놀이 그림책이 많은데

오랜만에 가, 나, 다 그림책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어요. 

수많은 말놀이 그림책들이 있지만

박지윤 작가의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는 

한글 가, 나, 다를 따라가며 펼치지는 재밌는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말 유희 자체도 재밌지만

가,나,다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신이 납니다. 

이 에피소드들은

단일 주인공이 끌어가는 단독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고 

아이라면 누구나 상상했을 법한 개구진 상황들이 

계속 등장을 하기에 집중해서 보기에 충분합니다.

ㅡ

여자아이가 가방가게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엉뚱하고 기발하며 사랑스럽습니다. 

실제 아이는 아마 늑대가 그려진 가방이 마음에 들었을테죠.  

'하지만 그냥 가방만 사들고 나오면 재미없잖아?' 

박지윤 작가가 바로 이런 생각으로 

이 재미난 이야기를 상상하기 시작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아이는 가방은 가게에 그대로 냅둔 채

가방에 그려져 있떤 늑대만 데리고 나오면서

현실 세계에서 아이가 그려가는 상상의 세계로 전환됩니다. 

이제부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그야말로 신나게! 내 마음대로! 뒤죽박죽 엉망진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다, 라, 마...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등장하는

귀엽고 해학적인 캐랙터들로 때문에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정말 재밌는걸~' 이렇게 설득당하고 말 거에요.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를 보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캐랙터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아이는 머리에 케이크를 쓰고 있고 

통조림 가게 아주머니는 투명인간이에요. 

초콜렛과 체리는 춤을 추고

귀여운 당근은 어쩐지 시무룩합니다. 

뒷표지의 다양하고 기발한 통조림들만 봐도 

아이과 함께 깔깔거리면서 얘기할 수 있을 거에요. 

저는 통조림 중에서 

주디스커가 떠로으는 Tiger Food가 가장 궁금했고요,

아이는 

3일 참은 방귀와 강력크림 통조림을 가장 좋아했답니다.

그리고 

주인공 아이는 늑대가방을 선택했지만

자신은 어떤 그림이 그려진 가방을 선택하고 싶은지도 

함께 얘기해 보았어요. 제 아들은 너구리를 골랐답니다. 

아이와 함께 가, 나, 다, 라를 또박또박 읽으면서 

자신만의 가방을 선택하게 해 보세요. 

제목처럼 뭐든지 상상해 만들어낼 수 있는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니까요. 

광주극장 이야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 광주극장 이야기 ㅣ 보림 창작 그림책
김영미 지음, 최용호 그림, 광주극장 외 기획 / 보림 / 2020년 11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35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극장. 

일제강점기 우리의 자본으로 세워진 극장. 

빛고을 광주의 동구 충장로5가에는 광주극장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광주극장입니다. 

광주극장 스스로 화자가 되어  

극장의 마스코트 고양이 씨네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올해로 개관 85주년을 맞는 광주극장은

언제나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일제 해방과 한국전쟁을 지나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민낯과 함께 해온 시민들의 삶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광주극장이기에 

이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광주 극장을 중심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에는 꽤나 사실적입니다. 

광주천을 옆에 둔 채 서 있는 광주극장의 정취와

극장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 한 명 한 명까지 

얼마나 정성스럽게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책장 구석 앨범에서 우연히 보았던 증조할아버지, 외할머니, 

우리 엄마의 여고생 시절의 사진들이 떠오릅니다. 

갓 쓰고 도포를 입은 할아버지,

흰색 상의에 검정 치마를 입은 여고생들,

장발과 나팔바지로 한껏 멋진 젊은이들의 모습이 가득 차 있으니까요. 

때론 그림 일기처럼

때론 오래된 앨범처럼

때론 다큐멘터리나 르포의 한 장면처럼

다양한 느낌의 광주극장의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광주극장의 역사필름 안에는

김구선생의 연설과 같은 역사의 한 장면도 있고

극장을 몰래 드나들던 학생과 지도선생님과의 꼬리를 무는 추격전도 있어요.

그리고 이름으로만 들어봤던 최승희와 이매방의 공연과 

영화박물관에서 볼법한 다양한 한국영화의 간판들도 있으니까요.  

한국 현대사의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장면을 간직해온 광주극장. 

앞면지에 등장하는 고양이 씨네를 따라가보세요. 

한 편의 영화 필름처럼 펼쳐지는 

광주극장의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을 거에요. 

코로나 시국이 끝난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손 잡고 광주극장을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어딘가에서 귀여운 고양이 한마리가 

그르릉거리면서 반갑게 맞이해 줄까요? 

보림출판사의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추천해 드립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

80일간의 세계 일주 - 모험으로 이룬 행복 ㅣ 쥘 베른의 상상 여행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러 지음, 이리스 사마르치 그림, 엄혜숙 옮김, 쥘 베른 원작 / 풀빛 / 2020년 10월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무척 유명하고 친숙한 이야기입니다. 

만들어진 영화도 몇 편이 있을 정도니 말이죠. 

전 1956년에 만들어진 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좋아합니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원작 소설은 말그대로 소설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영화는 눈과 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실감나죠.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진다면? 

굉장히 다양한 나라가 등장하고 

스치고 지나가는 인물들도 많은 이 복잡한 이야기가 

그림책 한 권에 담길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림책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확인했듯이 

이리스 사마르치의 멋진 일러스트는

저의 이러한 기우에 단비를 내려줬습니다. 

앞면지에서부터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꼼꼼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주인공 포그의 아이티너리를 표현한 것이에요. 

총 80장의 노트 그림에는 

포그가 지나온 나라의 상징과 이동 수단들을 볼 수 있어요. 

본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이리스 사마르치는 

그림책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도 

풍성한 콜라주 기법을 보여줍니다. 

정확함이 생명인 포그가 나오는 장면에는 

시계 콜라주가 등장하기도 하고

세계일주계획을 발표하는 장면에서는 

커다란 지구본 위에 기차와 배를 배치하기도 했어요.  

예쁜 패턴그래픽의 소파 옆에는 

실물 의자 사진이 놓여있기도 합니다. 

포그가 자주 방문하는 '혁신 클럽'의 서가에는 

실제 오래된 백과사전들의 사진이 꽂혀있기도 하고요. 

에즈라 잭키츠의 소박하고 정감 가는 패턴 콜라주와는

전혀 다른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세련됨이 느껴집니다. 

2차원의 콜라주가 

작가가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입체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요. 

80일 안에 제대로 도착한 것을 뒤늦게 깨달은 

포그의 긴박함을 '혁신 클럽'으로 급히 달려가고 있는 

하반신만으로 표현한 페이지에서는 저도 모르게 숨이 가빴답니다. 

80일간의 일주 이야기는 다 아는 이야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림책 <80일간의 세계 일주>로 감상한다면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원작이 있는 그림책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지고 있기에 적극 추천합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의 상상 그대로

지구에서 달까지 - 평화를 위한 대포 ㅣ 쥘 베른의 상상 여행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러 지음, 이리스 사마르치 그림, 엄혜숙 옮김, 쥘 베른 원작 / 풀빛 / 2020년 10월

대포를 쏘아 그 대포알이 달까지 간다면? 

주인공 임피 바비케인은 이것이야말로 

평화로운 대포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끝나 무료하기 짝이 없었떤 바비케인은 

드디어 평화를 위해 자신이 해야할 일을 발견한 것이죠. 

그림책 <지구에서 달까지>는 

주인공 바비케인의 무모해 보이지만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그의 평화로운 대포 이야기를 얘기합니다. 

쥘 베른의 소설을 그림책에 맞게 각색한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쥘 베른이 표현한 상상력과 

우주적 영감을 그대로 담고 있어요. 

과학 소설이기 때문에 

그림책으로 어떻게 표현이 됐을까 굉장히 궁금했었는데요. 

특히 일러스트 부분의 표현이 특히 그랬습니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리스 사마르치는

저의 이런 의구심을 즐거움으로 순식간에 바꾸놓았죠. 

복잡한 재료들을 모아 완성된 콜라주 스타일로 

완성된 사마르치의 일러스트는 매우 독특합니다. 

상상과 현실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이 돋보입니다. 

굉장히 많은 요소(사진, 이미지가 섞인)가 배치되었지만 

나름의 이유와 상징이 있고 정신없기 보다 조화롭기까지 합니다. 

과학적 영감과 예술적 감성을 아이들이 

동시에 가져갈 수 있기에 특별합니다. 

쥘 베른이 소설에서 의도한 그것을

그림책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죠. 

제 아이와 함께 읽은 후, 

아들은 실제로 이 이야기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8살 아이에게 과학적 팩트는 아직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가 너무나 재밌어 한 것이 중요하죠! 

우리 모자는 자연스럽게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답니다. 

바비케인이 만든 대포는 로켓으로 

대포알 안에 탑승한 바비케인과 친구들은 닐 암스트롱으로 

어떠세요? 

이 그림책의 큰 제목처럼

쥘 베른의 상상 여행 속에 푹 빠진 것 같죠? 

간결하고 쉬운 문체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일러스트 

자연스러운 번역까지 

그림책 <지구에서 달까지-평화를 위한 대포>를 추천해드립니다. 

괄호의 꿈

괄호 열고 괄호 닫고 - 잠 못 드는 밤에 ㅣ 인생그림책 8
김성민 지음, 변예슬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11월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느껴지는 묘한 공간감 

우리가 그림책을 읽을 때 기대하는 것 한 가지! 

바로 참신함일겁니다. 

좋네~ 하고 느끼다가도

누군가의 일러스트가 떠오르거나

누군가의 스토리가 떠오른다면

솔직히 매력이 엄청 반감되죠.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 <괄호 열고 괄호 닫고>는

참신함에 있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스토리에서 지속되는 괄호의 상징성.

꿈인 듯 현실인 듯 묘하게 느껴지는 공간감이 

바로 텍스트 안 괄호에서 느껴지기 신기할 따름입니다. 

일러스트에서 연속되는 괄호의 이미지.

밤하늘의 초승달, 새의 날개짓

속이 텅 빈 쭉정이, 다다다다 달리기까지! 

괄호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ㅡ

<괄호 열고 괄호 닫고>는

그림과 글이 하나되어

읽는 내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글과 그림이 대화를 나누 듯 

하나되어 말을 걸어옵니다. 

진정한 그림책입니다. 

괄호는 밤새도록 나의 잠을 방해하는 

꿈과 꿈 사이의 양파껍질 같습니다.

한 꿈을 벗겨내면

또 다른 꿈이 나타나고 

벗겨내고 벗겨내면~

그 안에 꿈꾸는 내가 있습니다.    

열린 괄호와 닫힌 괄호 껍질들이 잠들지 못한 밤 

그 길고 긴 시간동안 함께 상상하고 수다 떨자고 다가옵니다.

학교가 다다다다 움직이기도 하고 

꼬마 때 잃어버렸던 풍선을 만나기도 하고 

콜록콜록 기침할 때마다 몸이 두둥실 떠오르기도 해요.  

몽환적인 뽀얗고 연한 색감의 일러스트 

상상의 흐름대로 변화무쌍한 꿈을 표현한 스토리 

나만의 새벽 두시 

꿈을 열어줄 수 있는 괄호를 기다리고 싶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것은 자신만의 상상 속에 맡겨봅시다. 

오늘 밤 잠들기 전, 

그림책 <괄호 열고 괄호 닫고>를 감상하며 

눈을 살며시 감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