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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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하얀 세상. 바로 겨울의 세상입니다. 겨울 속 생명들은 웅크리고 숨 죽인채 봄을 기다립니다. 주춤해보이지만 여전히 숨을 쉽니다. 초록 생기를 잃어버린 갈색 빛깔 풀 한포기일지라도 그 뿌리는 얼은 땅 저 밑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지요. 그렇게 봄은 숨어 있습니다.

제 무리에서 떨어진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아이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함께 봄을 찾아 떠나자고 얘기합니다. 아이의 품에 파묻혀 봄을 향해 떠난 새는 고양이, 순록, 올빼미, 눈표범, 거북이의 도움을 받지요. 세상 모든 생명들이 그렇게 봄을 기원합니다. 작은 소중한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서 하얗기만 했던 겨울은 알록달록 봄의 생기가 넘치는 색들을 가득찹니다.

가족을 찾은 작은 새는 봄의 기운을 데리고 오는 철새였을까요? 숨어버린 봄을 찾아온 새들의 무리로 온 세상에 다시 색이 입었듯 지금의 꽁꽁 얼은 겨울을 잘 견뎌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새가 되길.서로의 고양이, 순록, 올빼미, 표범, 거북이가 되길… 다가올 봄에 대한 기대를 안겨준 그림책 한연진 작가의 [숨은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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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씽킹 -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최혜진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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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언어의 사용도 최혜진작가처럼 자기만의 에디팅을 거치고 말한다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창의적‘이라는 것은 유려한 표현솜씨가 아닌 그 안에 담긴 한 개인의 독특한 생각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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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을 열면
허은미 지음, 한지선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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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은 이미지로 남는 법이다. 들어섰을 때 풍겨왔던 우리집 냄새, 거실 창으로 들어왔던 햇살의 온기, 엄마의 탁탁탁 도마 소리와 수족관의 공기방울 소리, 이젠 좀체로 찾아볼 수 없는 올록볼록 벽지의 촉감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집였다. 지금은 보지도 느낄 수도 없는 추억의 우리집을 누구나 가슴 속에 한 채씩 간직하고 있기에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우린 그리도 열광했던지도 모르겠다.

허은미 작가와 한지선 작가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 더욱 그리운 그 집을 대문의 파란색과 무성했던 꽃의 분홍색으로 아련히 그려냈다. 명확한 배경 없이 불친절해보이기까지 하는 집의 모습과 비현실적으로 틀어져보이는 대문의 모습은 오히려 머리 속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우리집의 이미지에 똑 드러맞는 느낌이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것으로 마치 뿌연 필름 사진 찍듯 남겨진 기억일테니 말이다. 그만큼 작가가 집을 표현한 색은 강하게 시선을 끈다. 우리집은 바다처럼 파랗고 꽃잎처럼 고왔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마당 있던 집에서 아파트로 이사해 성장했다. 5살 남짓까지 살았던 그 집은 여기저기 피어난 나팔꽃의 보라빛과 물놀이랍시고 발개벗고 쏙 들어가 첨벙거렸던 붉은색 고무통의 거칠한 느낌으로만 남아있다. 종종 꿈에서나 그 골목을 만날 수 있으려나. 그림책 [파란 대문을 열면]은 이런 바람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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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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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가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친구가 팔뚝에 붕대를 감고 나타났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왠지 모르게 주변의 관심이 쏟아진다.
그리고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나 지금 부러워하는 걸까?

스웨덴 작가 엠마 아드보게는 아이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난 작가다.아니면 본인의 유년기의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잘 기억해내는 비상한 능력의 소유자인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아이가 다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어른은 아이의 상처를 닦아주고 약을 발라준다.그것으로 끝이다 싶지만 그림책 [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 등장하는 무릎에 상처가 난 아이에게 그 상처는 커다란 마음의 요동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날아다니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는 것이 유년이자 젊음이지 않은가.

상처는 상처 자체의 의미를 넘어서아이 생활의 온갖 시선과 집중을 불러온다.갑자기 빨강색에 집착을 해보이기도 하고~친구들이 전보다 훨씬 친절하게 관심을 가져주고~ 너무 신나고 흐뭇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상처가 사라지고 딱지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는 너무나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 마음을 대신한다. ,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는 것조차 잊을만큼 그 딱지의 의미는 컸나보다. 상처가 딱지로, 다시 딱지가 흉터로 아이에게 멋진 경험의 훈장처럼 남아있다.

아마도 새로운 '경험'이라는 건 그런 의미인가 보다.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한다.귀엽고 해맑은 시절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그림책 [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을 통해 내 어릴적 무릎딱지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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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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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의 우중층한 학교에
색색깔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은
홀딱 빠져노는 아이들의 자유로움이다."

오호~
유럽작가의 그림책인가? 혹시 북유럽? 역시나 예상은 들어맞았다. 북유럽 특유의 마이웨이를 외치는 캐릭터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얼핏 밋밋하고 과히 차분한 그림 안에도 특유의 디테일과 재치가 살아숨쉰다. 그리고 대쪽 같은, 심지 굳은 메시지가 심어져있다.

스웨덴의 작가 엠마 아드보게는 학교 안 구덩이를 둘러싼 아이들과 어른들의 상반된 시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놀이'에 대해 새롭지만 전혀 새롭지도 않은, 당연하지만 그다지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어릴 적엔 빨간 벽돌 하나에 갖가지 풀과 꽃 거기에 소담한 모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놀이터가 되었다. 빨간 벽돌을 빻아 고추가루라고 상상하며 엄마놀이도 하고 풀과 꽃을 머리며 손가락에 돌돌 말아 뛰어다니기도 했다. 얼굴이 온갖 흙먼지에 시커매져야 집으로 돌아갔던 그 시절은 주변 모든 것들이 놀이감이었다.

그림책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에는 제목대로 구덩이가 등장한다. 죽은 나무줄기, 다양한 크기의 돌이 가득한 구덩이 안은 아이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신나는 별천지다. 다만 선생님들의 눈에는 언제든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이 높은 거칠고 위험한 구덩이일 뿐이다.

구덩이를 둘러싼 이 상반된 시선이 팽팽한 가운데 선생님들은 결국 구덩이를 다시 메꿔버린다. 지루하게 평평해져버린 구덩이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망연자실한다. 그.러.나 문제없다. 순수한 아이들은 뛰어난 탐험가이며 모험가이지 않는가!

여전히 내 아이가 쌓여진 흙더미와 몇몇 돌맹이를 가지고도 즐겁게 놀이할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축복받은 아이이지 않을까?자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의심의 여지 없이 동심의 놀이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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