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경이라고 하면, 자신이 어떤 것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는채 빠져있는 경지를 말하는 거겠지? 갑자기 사전적 해석이 궁금해진다.

삼매(三昧)-불교에서, 잡념을 버리고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일 / 다른 말 아래 쓰이어 그 일에 열중하여 여념이 없음을 이르는 말. 삼매경.(독서~)

그동안 참 정신산만하게 지내왔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산만하기 때문에 우리 딸들이 쬐끔 산만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지냈던 것 같다. 일은 많이 벌이고 싶어하고, 정리는 전혀 못하고... 이런 어수선한 상태로 거의 10여년을 살아왔으니, 조용하고 정리된 것 좋아하는 남편이 견디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요즈음 든다.

아이들의 요구를 어느정도 선에서 제지해야 할지 정해놓지를 않고, 하자는대로 해주고 싶어서 아이들 욕구를 따라다닌 결과다. 쉬고 싶어서 내버려둔 적도 많고...

오늘 태극권 배우다가 갑자기 그 의미가 다가온 대목:

1.손을 먼저 움직이고서 팔과 몸이 따라가도록 하지 말고, '몸이 먼저 움직이고, 어깨, 그 다음 팔꿈치, 그리고나서 손'의 순서로 움직이라는 말씀. 이런저런 욕구들을 따라가지 말고 중심을 잡고 움직이라는 말로 들렸음.

2.세세한 근육의 움직임에 의식을 집중하라는 대목: 내가 하고 있는 활동에 의식을 함께 해서 집중하라는 말로 들림-얼마나 자주 몸 따로 마음 따로 하고 있는가...청소하면서 아이 성적 생각하고, 아이가 돌아오면 빨래 널 생각하고, 남편이랑 있으면서 내담자 생각하고, 밥먹으며 책 생각하고...그러니 능률이 안오르고 정신이 피곤하지.

3.하루에 한가지 동작을 배우는 아주 느긋한 진도-과정에 충실하라는 걸로 느껴짐. 자주, 한동작과 다른 동작 사이의 연결 동작이 헷갈리는데, 내가 얼마나 치밀하지 못하고 황황한 사람인지 알 것 같다.

상담일 잠시 쉬면서 재충전하고, 중심잡기를 하고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내가 이런저런 일에 지치지 않고,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내담자와 다른 상담자가 상담하는 것이 나을 내담자를 구분하고, 내담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하려면, 아이들에게 해 줄 것과 안해 줄 것을 보다 더 분명히 하고, 해 줄 것은 더 마음을 기울여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아이들도 많이 컸으니, 아이 중심에서 벗어나서 부부중심으로 삶의 줄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태극권이 기수련을 겸하는 운동이라서 깊이가 있고, 일상생활도 좀더 차분해지는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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