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깨서 이렇게 글을 읽고, 쓰고 하는 것이 아주아주 행복하다. 요즈음, 감기에다가 방학이라고 9시 전에 일어나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지난 일요일에 남편하고 '왕의 남자'를 보고 왔다. 선이 여리게만 느껴졌던 감우성의 또다른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신선했고, 그보다 더 오래 여운이 남는건 공길역을 맡은 이준기인가 하는 배우이다. 어쩜 그리도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자태를 가지고,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고 섬세한 내면연기를 잘 소화해내는지... 보는 내내 그가 소년이라는 걸 자꾸 잊게 된다. 더없이 사랑스럽고 솜털처럼 가벼운 소녀같은 느낌. 그래서 감우성의 지독한 사랑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질만큼... 만일 내가 남자라면 그런 여자를 사랑할 것 같다.
감우성이 건강한 남성성을, 공길이 섬세한 여성성을 잘 연기해낸 멋진 영화였고,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도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훌륭했다.
아픈 과거를 지닌채, 조직된 사회에 끼어들지 못한 네 사람. 왕, 왕의 애첩, 광대 둘. 그 가슴깊은 절망과 오기와 사랑을 읽었다.
사람이 살맛나게 해주는 건 사랑! 그것같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든, 타인에 대한 사랑이든...그 둘 다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