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기뻐하는 나를 자주 알아차린다.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서 맨발로 모래밭을 밟으며 햇볕을 쬐면서 하늘과 나무를 볼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을 때 미소짓게 되고, 같이 개그프로 보면서 깔깔거릴 때 즐거움을 깊이 느낀다.

언어로 전달되는 메세지는 45% 정도라고 하는 학자가 있다. 그중에서도 말의 뜻으로 전달되는 것은 7%에 불과하고, 나머지 38%는 말의 속도, 목소리 크기나 높이 등으로 전달된다고 하며, 나머지 55%는 자세, 몸짓, 눈깜빡임의 속도, 호흡 등 생리적인 반응으로 전달된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메세지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결국 '말하고 듣기'는 온몸으로 하는 거라는 얘기다. 가끔 꿈을 통해, 말한 사람의 진실을 파악하게 되기도 한다는데...꿈을 '무의식의 지혜'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아차린 것보다 더 많은 무의식적 알아차림이 있다는 것! 결국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나도 모르게 온몸으로 그 메세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인들에게서는 가만 있어도 맑은 기를 느끼게 된다는 것인가?)

내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마지못해, 혹은 귀찮아하며 보내면 아이들은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만족스러워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게슈탈트 치료하는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분이 20대 시절, 꿈에 자신이 작은 아이 모습으로 빌딩 옥상에 서있는데, 그 빌딩이 자꾸 몸체를 흔들어대며 자신을 떨어뜨리려 해서, 안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깨곤 했다고 한다. 어느날, 여자친구랑 '투다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생각이 나서 그 빌딩의 모습을 해보았단다. 머리 위에 꼬마가 서있고, 자신은 그 꼬마를 떨어뜨리려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는데, 순간 드는 느낌이 '꼭대기에 있는 꼬마가 귀찮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동시에, 자기 부모에게서 느꼈던 느낌이 확 알아차려졌다고 한다. "아! 내가 어렸을 때에 우리 부모님은 내가 귀찮았구나!"하고... 여러가지 정황들을 볼 때 그 느낌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강의를 들으며 우리 아이들도 나랑 남편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염려되었다. 나도 남편도 한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것 하기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라서...그리고 꽤나 목적지향적인 사람들이라서 자주 아이들에게 방해받는 기분을 느꼈다. 후유~ 이 죄를 어찌할거나.

반성되면서, 한편으론, 나도, 이 교수님도 상담의 길로 접어들어 치유받고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듯이, 때가 되면 누군가가 우리 아이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갖는다. 우리 아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것이고.

요즈음은 무슨 일이든 아이들이 같이 하고자 하면 즐겁게 응해 주려고 한다.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수퍼마켓에 잠깐 가려고 할 때, 아이들이 따라 나서면 시간이 배 이상 걸리지만, 그것도 일종의 놀이로 즐기려 한다. 전엔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같이 가곤 했다. 드물긴 하지만, 정말 바빠서 혼자 가겠다는데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면 단호하게 거절하기도 하고. 예전엔 마음이 분주해선지 늘 바빴는데, 요즈음은 정말 바쁜 경우는 많지 않다. 생활이 많이 단순해졌나보다.

확실히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다.

게슈탈트 치료에선 목표가 awareness(자각, 알아차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그를 위해 "생각하지 말고 감각으로 돌아와라."라고 한다. '지금여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알아차리기. 개체가 유기체 욕구를 매 순간마다 억압하거나 투사하지 않고 잘 인식할 수 있을 때 건강하다고 본다.

치료기법으로 들어가면 아주 역동적이고 다분히 상담자의 끼가 필요한 치료방법들이 나온다. 매력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 상담소장님에게 질문했더니, 심리적으로 억압하는 것 없이 자유로우면 누구나 끼가 자연스럽게 발휘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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