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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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은 분노의 감정에서, 슬픔은 사랑의 감정에서 나온다고 한다.

오늘 후배가, 남편과 말다툼할 때 참으려면 속으로 울음을 삼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주아주 여린 사람이다. 아주아주 여린 사람은 화를 잘 못낸다. 우울하든지 슬프든지...

화는 아주 큰 에너지라고 한다. 화가 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니까 - 나를 바꾸든지 남을 바꾸든지 환경을 바꾸든지... 화를 내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 그런데, 남을 바꾸기는 어렵고, 환경을 바꾸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 같다. 내가 바뀌어야 하나씩,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나를 비운만큼 하느님의 빛을 비추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역할과 몫을 따라... 그런가하면, 사람의 마음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만큼, 환경을 바꾸면 여러 개인들에게 한꺼번에 진전이 있기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호주제를 폐지함으로써 딸에 대한 불평등 요인을 하나 없애는 것은 당장에는 남자들에게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여자들의 자존감이 향상되면 결과적으로 남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오게 될 것이다. 교육제도 역시 마찬가지겠고...

할 일은 많고 할 사람은...? 많은지 어쩐지 모르겠다. 현재 내가 활동보다는 성찰 쪽이라서...

채준호 신부님 강연에서, 신부님이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하도 일이 꼬여서 하느님께 '하느님, 당신은 참 일도 못하시네요. 어떻게 이렇게 일을 못 풀어가십니까?' 하고 항의하자, 내면에서 '너같은 사람을 데리고 일을 하니까 그럴 수 밖에...'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내가 영적으로 나아간만큼 가족을 포함해서 주위 사람을, 나아가서 세상을 도울 수 있는 것 같다. 영적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건강한 사랑을 얼마나 주고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고...

하느님께서는 오래오래 기다려 주시는 것 같다. 한사람 한사람 사랑받기를 원하는데서 사랑하기를(그래서 결국 사랑받고 또 주고...) 원하는 쪽으로 회심하기를 기다리시는 것 같다. 길잃은 양 한 마리를 찾는 심정으로 찾아 나서시기도 하고... 글을 통해서, 상담을 통해서, 선생님들의 당부를 통해서, 부모님의 배려를 통해서, 감동적인 노래 한 소절, 그림 하나를 통해서...

 가끔씩 안타깝고 슬프다. 우리네 중생들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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