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어지럽고 힘들었던 건 알고 보니, '불안장애' 증상이었다. 그걸 알고 사흘만에 '부활'했다. 지난 일요일 부활절에...^^

 남편이 전에 바리사이파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가끔 '살기가 귀찮다'고 말하곤 하는 점, 실제로 실생활을 귀찮아 하는 점 등등 때문에 아이들을 두고 마음놓고 세상을 떠날 수 없었다. 남편이 본래는 밝은 사람인데, 나로 인해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어서 밝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나도 남편으로 인해 더 어두워졌는지도 모르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텐데, 서로 좋은 영향도 어느정도 주고받았겠지만, 주로는 나쁜 쪽으로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서로  배려를 조금 주고 많이 받으려고 하면서...

 그랬는데, 내가 상담도 받고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나도 서서히 변했지만, 남편도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제는 안심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번 설 즈음해서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했는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신과 나눈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디언들의 영성에 깊은 공감이 느껴지면서 살고싶은 방식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살고싶어졌던 것 같다. '의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 그렇지만 사랑으로 '의무'들을 주체적으로 하는 삶. 내적으로 자유로운 삶. 'must'가 아닌, 'hope'의 삶.

가족들을 더 잘 돌보고 아이들의 발달을 지켜보며 지지해 주고, 책도 더 많이 읽고, 아이들이 독립할 나이가 되면 이웃을 위해 내가 하고싶은 일을 본격적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3월 들어서면서,  '예수, 자유의 길'을 읽으면서 하느님 믿는 방식을 달리 해보겠다고 모색하면서부터 못일어날 정도로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고 심장이 약하고 빠르게 뛰고... 하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두려울 정도였다. 내과랑 이비인후과, 안과까지 가보았다. 내과에서는 별 이상 없고 빈혈만 약간 있다 하고, 귀가 멍한 증상과 어지럼증 때문에 이비인후과 약을 먹었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상담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서, 그것이 불안장애 증세(어지럼증과 심장박동 항진에다, 신체의 떨림, 설사, 잠 깊이 못자는 것, 잘 못 먹는 것 포함)인 것을 알았다. 일종의 신경증. 신경증이 이렇게 강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니... 알고 나서 사흘동안, 살기를 원한다고, 기쁘게 살기를,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고 기도드렸다. 그리고, 나았다. 불안장애는 또 뭐란 말인가... 그냥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장애까지 올 정도면... 그만큼 불안이 심했다는 얘기다. 무의식 속으로 억압해 넣어서 크게 못 느꼈을 뿐... 작은 불안들은 있었다. 내가 직면할 수 있을 정도의 소소한 불안들은... 하지만, 큰 불안요소는 내가 억압했었나보다. 내가 교회활동을 안하면 하느님께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혹은 내가 하느님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 은총과 보호없이, 만일 아이나 내가 일찍 죽는다면 그걸 못견딜 거라는 데서 오는 불안, 어렸을 때 제대로 따뜻하게 보호받지 못함으로 인해 생긴, 누적된 불안들의 총합, 내가 태어나기 전에, 백일만에 죽은 딸아이로 인해 생긴, 내가 아플 때면 우리 부모님이 느끼셨을 불안이 나에게 전염된 걸로 인한 불안 등등.

 내가 많이 나아져서 정신력이 꽤 강해지자, 예수님을 따르는 방식을 달리 해보겠다는 배짱이 생긴 거고, 그러자  억압된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성서 표현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악한 영을 쫓아내실 때, 빠져나가면서 사람을 쓰러뜨리고 나갔다는 대목들이 있는데,  실감이 났다.

 나의 이 불안 문제와 삶에 대한 희망 문제는 책들을 통해 예수님께서 현존하시며 치유해 주신 기분이 든다. 두 책 다 가톨릭신자인 친구들이 좋은 책이라며 빌려주어서 읽게 된 책들이다. '예수, 자유의 길'은 친구의 서재에서 list를 보다가, 어찌어찌 알라딘에서 알게 되었고...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모색하면서, '한결 새로운 나'로 변신중이다. 아마도 6개월쯤 걸릴 것 같은 예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