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할아버지의 어록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도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작은나무가 소작인의 딸에게 신발을 선물했을 때, 소작인이 딸아이를 회초리로 때린 후, 작은나무에게 신발을 되돌려주며 "우린 동정 따윈 바라지 않아...아무한테도...특히 이교도 야만인들한테는..."이라고 했을 때, 한참 후에(작은나무의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할아버지는 "그 사람이 가진 건 자부심밖에 없을 거야... 좀 잘못 발휘되긴 했지만. 그 친구는 그 딸이나 자기 자식 중의 누군가가 자기들이 가질 수 없는 걸 좋아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자기들이 가질 수 없는 걸 받아들고 좋아할 때는 매를 드는 거란다... 애들이 깨달을 때까지 매를 때리지... "

할아버지는 내가 아직 이해가 안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려고 하지 않아. 그렇게 하려면 힘이 들거든.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게으름을 감추려고 이런저런 말들을 함부로 하고, 다른 사람들더러 '떠돌이'라고 부른단다."

 

할머니의 가르침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영혼의 마음은 점점 더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알만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말하자면 영혼의 마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이해와 사랑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 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셨다.

영혼의 마음이 자꾸자꾸 커지고 튼튼해지면, 결국에는 지나온 모든 전생의 삶이 보이고 더 이상 육신의 죽음을 겪지 않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할머니는 내 비밀장소에 있는 사향나무에게도 나무의 영혼이 있다는 걸 내가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한번은 작은나무의 부주의로 할아버지가 방울뱀에게 물려 거의 돌아가실 뻔 했을 때, 작은나무가 죄책감을 갖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며, 심지어 방울뱀의 탓도 아니라고 하셨다. 또 이미 일어난 일을 놓고 잘잘못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방울뱀 껍질로 작은나무의 벨트를 만들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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