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

산불이 휩쓸고 지나가기 전에, 막연한 느낌에서 확실한 인식으로 이끌어 주신 시인에게 감사!

가족들도 친구들도 그런 것 같다.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소녀적 감상으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자기 자리를 채워준다면 안심할 수 있겠다고 추켜주곤 하던 친구가 있는데, 그 기대가 꽤나 부담스러웠다. 이제까지 친구와 나자신을 실망시킬 내적인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알 것이다. 내가 그런 친구가 아니라는 걸. 변해가는 나를 따라잡지 못해서 당황스럽다고 그 친구가 오늘 말했다. 나자신도 이렇게 자유로움(혹은 내맘대로 하고픈 욕구)에 대한 갈망이 클 줄 몰랐는 걸... 아마 활이 휜만큼 위력이 세듯이, 40년동안 휜 활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 가치에 대한 타인의 인정'이라는 힘으로 스스로 휜 활. 이제 내 가치를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내가 나를 인정해 주고, 격려해 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배짱이 느니까, 의무감이 줄어들고, 그것을 대신할 '사랑'이라는 원동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겠다.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심리적 간격을 잘 정립해야겠다. 너무 멀지도, 너무 붙지도 않게... 사람들 뿐만 아니라, 마음이 잘 달라붙는 대상들에서도... 아이들의 성적, 남편의 칭찬과 걱정, 좋은 운, 배움, 쉼, 잠, 자유, 성취, 인정, 사랑 등등

아이들도 서서히 부모와 심리적 간격을 '기꺼이'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겠다. 큰애는 내 마음이 준비되기도 전에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제 편한 부분은 제 뜻대로, 의지하고 싶은 부분은 여전히 의지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서... 작은 나무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자립심을 키워줘야 할텐데...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그 심리적 끈을 부모 쪽에서 잘라줘야 한다고 하던데... 너무 과해도, 너무 부족해도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데... 하기야, 정서적으로 자식에게 의존적인 부모도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나도 나이 들면 그렇게 될지도... 의존적인 부모를 탓하지 말자.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의 배경이 있겠지. 다만, 어떤 삶의 방식에나 늘 그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자기가 그런 결과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면서 결과를 거부하기도 하는 것이 또 사람인지라, 늘 깨어있어야 할 것! 때로는 안개속 같아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기도하기. 각자에게 지혜를 주셔서 서로에게 바람직한 결과가 될 수 있도록 해 주십사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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