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백성욱 가르침, 김영사

조선 시대의 일이다.

어느 벼슬아치가 길을 가는데, 웬 집에서 소년이 글 읽는 소리가 매우 낭랑하게 흘러나왔다. 그 글 읽는 소리가 하도 범상치 않은지라, 집에 돌아온 그는 하인을 시켜  소년을 데려오게 하였다. 인물이 쓸 만하면 사위를 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보니, 소년의 모습이 목소리와는 영 딴판이었다.주인은 사위 삼고 싶은 마음이 일시에 사라져 버렸지만, 그렇다고 소년을 그냥 돌려보내자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과상을 내오게 하여 떡이나 좀 먹고 가라고 일렀다. 소년은 자신이 당한 망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앉아 떡을 다 먹어 치웠다. 그러고는 맛있는 떡을 혼자 먹고 보니 부모님 생각이 나는데, 좀 싸줄 수 없겠느냐고 청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주인은 새삼스럽게 소년의 사람됨에 감탄하고 그를 사위로 맞아들였다. 소년은 나중에 재상이 되었는데, 그가 바로 오리정승 이원익이다.

잘 닦는 이라면, 오리 대감과 같이 어떤 경우에 처하든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