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아름드리미디어

내 전생이 인디언이었나 할만큼 빨려들어가 읽은 책이다. 읽는 내내 며칠간 내 영혼이 말할 수 없이 가득차는 느낌이 들었다.

원제는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인데, 다섯살 때 부모를 잃은 인디언 소년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인디언의 세상을 보는 시각과 그로 인해 나오는 삶의 방식을 배워가는 감동적인 책이다. 지은이의 자전적 소설인데, 조부모로부터 '작은 나무'라는 이름을 받은 그는, 어머니인 대지, 모노라와 숲과 나무들의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인디언들의 깊은 영혼의 세계를, 이야기를 통해서, 또 조부모님의 깊은 이해심을 가진 생활 태도를 통해서 배워나간다.

'할아버지는 말의 뜻보다는 소리, 즉 말투를 더 마음에 새겨들으셨다. 할아버지는 언어가 서로 다른 민족이라도 음악을 들을 때는 같은 것을 느낀다고 주장하셨다. 할머니도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이셨다. 또 사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바로 이런 식이었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다가 "Do ye kin me, Wales?" 라고 물으실 때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I kin ye"라고 대답하신다. 이해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두 분은 그것을 'kin'이라고 불렀다.

..."...너도 알다시피 너구리 잭은 평생 싸운 것밖에 해온 게 없어. 이제 그 놈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 바로 그 찬송가 열쇠란 말이다. 너 보기에 너구리 잭이 심통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건 아마 싸울 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서일거야. 잭은 그것밖에 할 줄 모르거든..." 할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구리 잭이 너무 안돼서 울 뻔했다고 하셨다.  그 다음부터 할아버지에게는 너구리 잭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그런 게 'kin'이며,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의 대부분이 이것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하셨다. 물론, 할아버지는 "아, 거기다 정치가 때문에 일어나는 분쟁도 있지만,"이라고 덧붙이는 걸 잊지 않으셨다.

..................................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 옴을 아시고, 그 남은 시간을 세식구가 충실히 살았다. 가을이면 가장 빨간 단풍잎을 찾아냈고, 또 봄이면 가장 푸른 제비꽃을 가리키며 서로에게 알려 주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그 아름다운 느낌을 함께 맛보고 서로 나누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이번 삶도 나쁘지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 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라고 말씀하셨고, 그로부터 얼마 후, 할머니는 유서에 '작은 나무야, 나는 가야 한단다. 네가 나무들을 느끼듯이, 귀기울여 듣고 있으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널 기다리고 있으마.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거야. 모든 일이 잘될 거다. 할머니가.'라고 쓰셨다.

.....................................

'kin'이 깊어진다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더 쉽게 이해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텐데...

호세아 예언서 '하느님은 충실한 사랑이시다.'에, "... 이스라엘이 다리 뻗고 자게 하리라. 너와 나는 약혼한 사이. 우리 사이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나의 약혼 선물은 정의와 공평, 한결같은 사랑과 뜨거운 애정이다. 진실도 나의 약혼 선물이다. 이것을 받고 나 야훼의 마음을 알아다오.......내가 반기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 제물을 바치기 전에 이 하느님의 마음을 먼저 알아다오."라는 대목이 있다.

자연과 자신과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혀 가기 바라시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마음이고, 그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면 행동은 자연스레 따르게 마련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