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요? (부제-모세의 소명과 열등감)]

                                                                                           이성우, 성서와 함께

...하느님의 소명은 근본적으로는 부름받는 사람의 영혼의 울림 내지 갈망 혹은 열정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하느님의 소명은 완성된 형태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가다듬고 연마하여 완성해 가야 하는 재료, 혹은 키우고 돌보아 열매를 맺어야 할 씨앗처럼 주어진다. 청년기에 드러나는 소명의 모습은 청년 모세의 경우처럼 거칠고 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설픈 형태의 '열정', '꿈', '소망', '에너지'로 나타난다. ...불의와 부당함에 대한 분노 속에서 한 사람의 위대한 소명이 싹트고 있을 수 있다. 청년 모세의 가슴 속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의 불이 지금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이집트 사람을 해치는 쪽으로 작용하지만, 나중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활활 타오르게 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설익은 , 심지어 파괴적이고 위험한 청소년들의 행동을 볼 때면, 그 속에 숨어있는 동기와 그의 소명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은 한 사람이 진정으로 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주셨다. 우리가 어떤 꿈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도 된다. 우리 자신을 더 훌륭하고, 더 아름다운, 그래서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청하는 기도를 할 필요가 없다. '모세야, 네가 말재간이 없다고 주저하고 자신없어 하는데, 너를 만든 하느님은 너보다 더 훌륭하고 완벽한 모세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말을 아주 잘 하는 달변가 모세를 원하지 않는다. 너 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너를 원한단다. 자, 이제 떠나라!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을 것이고, 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가 알려 주겠다.'

그러면 하느님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알려 주시는가? 하느님께서 무슨 말을 할지 알려주시는 방법은 순간순간 우리가 느끼는 진실한 가슴을 통해서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방법은 우리 인간의 가슴과 영혼을 진동시키는 길 뿐이다.하느님은 우리의 진실한 내적 느낌을 통해서 말씀하신다. 그 말씀을 듣기 위해서 우리는 늘 깨어있으면서 영혼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감행할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이미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봐주신다는 느낌이 있을 때다. 우리의 소망, 열망, 두려움,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우리를 하느님께서 이미 알고 계시며 보고 계시다는 느낌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열망의 정당성과 명분을 제시하거나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자기 소명을 실현할 '자격'과 '권한'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의 권리와 자격은 하느님으로부터 받는가 아니면 인간으로부터 받는가?

이 책에서 인용한 책;

[안젤름 그륀, '참 소중한 나', 전헌호 역, 성바오로]

우리는 신앙의 진리를 이해하고자 할 때, 심리적 차원과 영성적 차원을 연결시켜야 한다. 심리적 차원이 도외시된 영성적 차원은 곤란하다. 오히려 나는 심리적 차원을 통해서 하느님을 발견해 나간다.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은 우리의 심리적 실상을 지나쳐 갈 수 없다. 우리의 심리적 실상을 모른 체한다면... 현실에 대한 종교적 도약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심리적 실상을 간과하고도 나아갈 수 있는 영적 우회의 길은 없다.

[안젤름 그륀,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 정하돈 역, 분도출판사]

수도자 내지 구도자가 자기 자신과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광야에 대해서 -광야는 악령의 집합소일 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차없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들과 대결함으로써 진리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곳이다. 동시에 광야는 하느님이 계신 곳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광야를 하느님께서 그들과 가장 가까이 계신 곳으로서 이미 체험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복된 땅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광야를 통해 인도하셨다.... 구도자가 광야에서 겪는 시련과 유혹은 심리학적으로 무의식 속에 살아있는 심리적인 에너지들과 씨름하는 것이다. : "시련과 유혹은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속하는 것이다... 수도승들은 우리를 대적하는 악령들에 관해 말한다. 이것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힘들, 우리가 의식적으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려는 그런 힘들을 뜻한다. 우리는 분명하지 못한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으로 인해 마음이 갈가리 찟기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그림자로서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억압된 힘들이다.

 

...............

 모세가 겪은 것처럼, 자기부족감 때문에 구도자의 삶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 많이 치유되어 좀 살만해지니까,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유혹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머리 복잡하게) 살 수 밖에 없는, 그래야 궁극적으로 마음 편해지는'  사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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