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앞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 지구별에 왜 와 있는가?

 몇달 전부터 가끔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내가 누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 프란치스카가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는 내가 노력하기에 달렸을텐데, 어쩌면 그것조차도 많은 부분 타고난 운명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요즈음 든다. 내가 노력할 일은 하느님께서 예뻐하실 일을 하고 싫어하실 일은 하지 않는 것일텐데 그 분별력을 갖도록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느님의 실체를 규정할 수 없기에 하느님 아닌 것을 없애 가는 것이 하느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듯이, 나도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내가 아닌 것, 내가 아니어야 할 것을 없애가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대강의 나를 알아야겠기에 여러가지 성격유형 검사들을 해본다. MBTI 성격유형 검사로는 보통때의 나는 INTP- 비현실적이고 타인의 단점을 잘 파악하고 지적 호기심을 가졌다. 우주과학, 철학, 인문학, 인류학, 심리학 등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가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거나 기도와 명상에 충실하게 되면 INFP가 된다. 내적 신념이 깊으며 이상적이고 낭만적이며 목가적인... 그러다가 또 현실에서 상처받거나 내가 내마음대로 조절이 안되면 쉽게 좌절에 빠지면서 ISFP가 되는 것 같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면서 자신감과 추진력이 부족하게 되는 걸 느낀다.

 예수님께서 완전하게 되어라 라고 하신 것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I / E, S / N, F / T, J / P를 자유롭게 구사하도록 훈련하라고 하신 것일까? 아니면 각자의 고유함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장점을 살리라고 하신 것일까?

 나의 사명에 대해서는 점점 밝혀지고 있다. 그 과정이 마치 어릴적에 땅바닥에 막대기로 이름을 새겨놓고 흙으로 살짝 덮은 뒤에 조심스럽게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귀기울여 나의 사명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대되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작년 봄에 성령의 은총을 받음을 느낄 때, 나의 사명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음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 가을부터 수도자로 부름받아 hard training을 받았고, 올봄  다시금 내가 할일이 은둔 속의 기도인가, 상담인가 분별이 서지 않을 때, 상담쪽으로 인도하심을 느꼈다. 사실, 아픈 사람들 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똑같이 컸었다.

 오늘은 성체조배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부모는 하느님을 대리하여 자식들을 사랑해 주어야 할 사명이 있다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훈련시켜야 할 사명을 덧붙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나는 내 가족을, 이웃을, 나에게 안배되는 영혼들을 사랑해주고(말과 행위와 기도를 통해) 훈련의 기초를 제공하기 위해 하느님의 대리자로 이 땅에 보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해 나자신을 사랑하고 훈련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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