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 줄 아는게 없었다.

돈계산하는 것, 일을 벌이는 것, 꾸준히 실천하는 것, 사랑을 주는 것,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는 것 등등

내가 잘 하는 건 '힘든 일 피하기',  '규칙 잘 지키기', '누워서 책 보기' 정도였다.

이런 내가 싫었다. 나에겐 돌봐야 할 남편과 아이들 셋이 있는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기름이 바닥나 경고 표시등이 켜졌는데도 그냥 달려야 하는 차처럼 팍팍한 상태였다. 불평과 원망에 차서...

겨우겨우 이끌려 가는 중에 조금 버거운 장애물이 생기자 내 엔진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그러자 신께서 이런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고쳐주기 시작하셨다.

난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고치 속에 들어있는 번데기처럼 세상 번잡한 일들에 귀막고 나 자신의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다. 가끔 이렇게 고치에 구멍을 내고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보려고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나에게 어떤 길이 펼쳐져 있는지, 그 길을 어떻게 가게 될지, 어떤 장애물들이 있을지...

조금은 두려우면서도 기대되는 여정... 그리고 많이는 신비라기보다는 숙제로 여겨지는 여정....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나보다 가벼워졌기 때문에 보다  쉽게 길을 갈 수 있으리라.

내가  알게 된 것은  고통이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된다는 것, 인생에서 바닥을 치고 솟아오를 때의 환희, 덕지덕지 붙여온 포장지와 불필요한 구조물들(아아! 얼마나 많던지, 또 얼마나 많이 남아있을지...!)을 하나씩 벗어낼 때의 가벼움, 그리고 이 아침 햇빛이 눈부시게 찬란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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