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참 어려웠던 과목이 도덕, 윤리 과목이었다. 큰애도 이 과목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는데, 남편이 "너, 도덕적이지 않아서 그러니?"라고 딸애에게 농담을 했었다.  

 헤르만 헤세나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빠져들어 읽었더랬는데 철학쪽 책들은 별로 말랑말랑하지 않아서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좋은 소설이나 영화는 좋은 철학 서적만큼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나마도 지금의 나이에 철학책이나 잠언집이라도 들춰보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지나치게 도덕적'이어서 살기가 빡빡했기 때문에 해답을 구해야만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TV채널을 돌리다가 OCN에서 'The Girl Next Door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영화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 고등학생 매튜와 두 친구들의 대화가 유쾌하고 주인공의 느낌이 너무 맑아서 보기 시작했다가 끝까지 눈을 못 떼고 말았다. 청소를 미뤄두고...

 엘리샤 커스버트와 에밀 허쉬 주연의 영화인데, 한 모범생 고등학생이 이웃집을 잠시 봐주러 온 포르노 배우 직업을 가진 예쁜 소녀와 만나면서 사회의 어두움과 직면하며 어려움을 헤쳐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담은 성장기라고 할 수 있겠다.(난 왜 성장기에 매료되는지...)  

 이 영화에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대목은 매튜가 장학생 후보로서 연설하는 연설문이었는데, 예쁜 소녀 다니엘과 만나며 겪은 일들을 통해 바뀌게 된 윤리관을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매튜曰,  "그동안 모범생으로서 살아왔고 보이스카웃 정신으로 살면 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윤리적인 것이란 저에게 있어선 무언가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끝까지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질스러운 일도, 어리석은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기립박수를 받는다. 물론, 장학금은 좀더 모범적인 연설을 한-케네디의 연설을 인용한- 학생에게 돌아가지만... 

 내가 매튜같은 생각을 20대에 했더라면 좀 더 많은 걸 잃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매튜는  작은 도덕성을 넘어서서 사랑과 우정, 품위에 대한 열정으로 그 모두를 지켜냈다. 가고싶던 대학까지도... 울고불고 하거나 악다구니를 하지 않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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