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불리는 진단이 있다. 지난 봄 10회기에 걸쳐서 노인복지관에서 했던 집단상담 과정 중에 유난히 내 마음에 거부감이 드는 어르신이 한 분 계셨다. 교장 퇴임하신 분이셨는데, 자기 자랑이 많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도중에, 그 분 이야기에 대해 피드백하다가 결국에는 또다시 자기자랑 쪽으로 화제를 돌리시곤 하셨다. 그 분을 나르시스트라고 생각하게 됐고, 한번은 4회기짼가 집단상담이 있었던 날 밤에, 그 어르신에게서 느꼈던 못마땅한 점(권위적인 태도)을 남편의 태도에서 느끼고는 한번에 싸잡아서 마음이 싸늘해지는 경헙을 했다.

 10회기가 끝날때까지 그 어르신을 대하는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표내지 않으려 애쓰느라 더욱 힘들었던 상담이었다. 그 분과의 감정의 얽힘만 아니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다른 구성원들과는 별 문제 없었다.

 사실 나에게 그 분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많았던 것 같다. 부유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나서 어려움 없이 자라고, 연세대 나와서 사업하다가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나서도 교직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난처 삼아 잡은 교직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치는 보람도 느끼고,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학비도 보태주고, 선생님들과 자주 술자리 갖고 한턱 내고(부모님이 집을 사주시는 등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 못느낌), 깔끔하게 살림하는 아내 만나서 아들딸 잘 키우고..아내의 잔소리에 괴로움과 외로움을 가끔씩 느끼지만 여자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털어내고 아내도 그런 걸 알면서 묵인해 주고...

 진짜 욕심쟁이에 자기애적이고 고집쟁이에 다소 냉소적인 것은 나. 

 그래도 이런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자기 한 몸 의탁하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나의 존재 이유-아이들.

 내가 나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되기까지 그 애들조차도 나의 애정의 범위(엉뚱하게도 인류가 나의 애-증의 대상이었다.)에 별로 포함되지 못했으니...늦게나마, 엄마의 애정의 대상이 되어서 다행이겠다...철없던 나는 맹목적인 사랑을 비웃으며 조각 사랑을 주었던 거다. 한조각 사랑보다 맹목적인 사랑이 차라리 인간적이어 보인다.

 '삶을 바라보지 말고, 삶을 살자.'-이게 요즈음 나의 바램이고 실천하고자 하는 바다. 생각은 적게, 행동은 많이 하려 한다. 마음도 넓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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