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주 - 전9권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나의 방 문에 붙여있는, '앞으로 읽을책' 목록에는 항상 어김없이 「객주 전 9권」이라는 목록이 항시 있었고, 대하소설이 생각나면 항상 읽고싶었던 게 객주였고, 다음번에는 꼭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이제까지 계속 해왔던 책이 바로 이 객주이다. 하지만 대하소설 보통 기본 사이즈 10권과 비슷한 분량의 9권이라는 큰 분량과 한 소설을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을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책을 구입할 때마다 항상 생각났었지만, 구입하지 못했던 게 바로 객주다. 이런 나의 객주에 대한 사랑이 식어갈쯤에, 마침 출판사를 옮겨 20년 만에 객주가 재출판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내가 드디어 객주를 읽었으니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객주는 줄거리 소설이다. 큰 '이야기 끈'이 있어, 끈이 끊어지지 않고 쉴세없이 줄거리를 진행시키는데, 너무 재밌어 끈을 놓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야기도 별로 없으면서 9권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 했지만, 1권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어느 평론가가 말했듯이 압도당한다는 느낌이어서 10권이고 20권이고 계속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가 약간 지루해져서 끈이 약간 느슨해졌다가도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에 다시 끈이 팽팽해지고 '이야기 끈'을 놓치기는 쉬운 법이 아니었다. 밤새 읽으면서, 야! 정말 내가 작가였더라면 탐낼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주인공도 없고 영웅도 없고 또 특별한 장기와 특기도 없는 서민들 즉 주인공들이 풀어나가는 얘기는 언제 들어도 신바람이 났었다. 작가의 끊임없는 구수한 입담에 절로 흥이 나고, 슬프고 애절했는데, 마치 내가 객주속에 들어가 천봉삼, 월이, 길소개와 같은 주인공도 해보고, 그와 같은 상단이 된 기분이어서 책을 읽는 몇 주일동안은 내가 조선의 보부상이 된 느낌이었다.

객주의 장르는 역사소설이지만, 요즘에 나온 역사소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보통(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역사소설이라 하면 궁중의 암투, 영웅들의 활약상 등 이런류의 소설이 대부분이어서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 나는 항상 이런 점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객주는 다르고, 작가 김주영 님의 역사소설은 다른 역사소설과는 다르다. 객주와 같은 화척, 야정, 활빈도 같은 역사소설은 서민을 주인공으로 한, 서민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역사소설은 나의 불만을 풀어주기 충분하였고, 시대의 아픔을 가장 먼저 절감하고 느꼈던 서민들의 삶을 느끼면서 호쾌하고, 통쾌하고, 멋있는 역사소설이 아닐지라도 이에 버금가는 재미와 감흥은 충분하였다.

객주에는 우리말이 참 많이 나오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처음 접하는 말도 많고, 어려운 말도 많았었는데, 차차 적응이 되어가니 소설에 나오는 우리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심지어 일생활에서 까지 객주에 나오는 우리말이 입에 붙을 지경이었다. 객주를 읽으면서 구수하고 아름다운 옛날 우리말이 그리워 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 통신언어로 요즘 우리말이 붕괴되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일까? 새로 출판된 객주는 출판사의 세세한 배려인지 어려운 낱말에 뜻풀이가 자세히 나와있어, 독자로서는 참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조선팔도 유랑하는 보부상들의 행적을 표시하는 지도같은 부록이 없었던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긴 소설을 쓰시느라 전국의 장을 돌며, 그리고 보부상의 모습을 100%재현 하신 작가 김주영 님.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았어야 할 작가 김주영 님에게 수고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객주는 초판 1981년부터 2003년부터 오래는 읽혀왔지만 많이는 읽혀오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객주는 「장길산」「태백산맥」「아리랑」「토지」「임꺽정」 등과 같이 어깨를 견줄만한 이 시대 최고의 대하소설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조선말 보부상들의 애환을 느껴보길 바란다. 아마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감명깊게 읽은 소설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