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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전당포 살인사건
한차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방학이라 오전 10시 쭘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쇼파에 앉았는데, 딩동~ 벨이 울리더니 택배아저씨가 낑낑대며 택배를 건네준다(책을 많이 주문시켜서). 잠이 확 달아나버리고 허겁지겁 박스를 개봉하는 바람에 쿼터칼날이 부러지기도 했지만 새로운 책이 왔다는 즐거움에 흥분되었다. 새로운 책들을 한번 훑어보는데 유난히 눈에 뛴것이 있었으니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이다. 책 표지와 모양도 독틀할 뿐더러 제목까지 특이하다. 그냥 <영광전당포>이면 몰라도 뒤에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이 붙혀있다. '살인'이라는 단어는 공포와 엽기 그리고 웬지모르는 흥분감이 든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책들중에 가장 먼저 고르게 되었는데, 책 제목을 보니 대충은 짐작은 되었다. '살인사건'이니 추리소설 이겠지. 더욱더 나간다면 엽기라는게 붙거나 판타지 정도?
소설 처음 908호 주응달 노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일로 임 형사라는 형사가 용의자를 찾고 탐문검사를 한다. 이 대목을 보았을때 나는 항상 추리소설에서 항상 준비하는 마음자세 ㅡ 범인은 누굴까? 증거에 촉각이 곤두선다. 얘기는 약간 빗나간듯 원형과 차연의 만남이 나온다. (사실 원형이 남자이름 같고 차연이 여자이름 같았지만 소설에는 서로 반대여서 약간 헷갈리기도 햇다.) 그래서 엽기추리를 바탕으로한 멜로소설이라는것을 생각하였지만, 곧 레플리컨트라는 소제가 나오면서 공상과학소설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작가에게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소설은 제목과 처음부분을 읽었다고 소설전체가 파악되는 소설은 아니다. 여러 장르가 섞여있었는데 신선하고 새로워서 읽는이로써는 재미있었다. 특히 엽기추리멜로를 추측한 나는 공상과학소설로 넘어가는 소설의 분위기가 반전처럼 느껴지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3층에 있다. 그 건물 1층에는 전당포가 있다. 이 소설을 읽은후 학원에 가는데 전당포 주인이 가게문을 닫으며 쓰레기를 문밖에 내놓으러 밖에 나왔는데, 순간 섬뜩해짐을 느꼈다. 분명히 그는 나를 째려보지 않았는데, 이상한 눈길을 받은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마치 소설처럼 학원아래 전당포주인이 고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악당이고 나는 그를 죽여야하는 소설속에 차연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나는 소설에 빨려들어간 기분이었다. 혹시 내가 인조인간이 아닐까? 세상사람 모두 인조인간이 아닐까? 다른사람이 날 조정하는것은 아닐까? 정말 황당하고 유쾌한 상상이다.
제목인 이래봐도 상당히 교훈적이고 사회문화 비판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잔인한 살인이 난무하는 이 살벌하고 끔찍한 세상, 그리고 80년대의 독재권력을 비판하고 있다. 나는 왜하필 '전당포'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아마 '전당포'는 자본주의의 산물일것이다. 작가는 자본주의 까지 비판하고 있다.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은 정말 재미있고, 교훈적이고, 철학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