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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이외수님의 작품은 <벽오금학도>를 시작하여, 최근에는 <괴물>을 읽었다. 솔직히 <벽오금학도>는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는데,<괴물>은 정말 기대이하 였다. <괴물>을 읽은 내가 <칼>을 읽은 이유는 <괴물>에 대한 허무감을 빨리 없애기 위함이었다. 역시 그 허무감을 없애기에는 딱이었다.
소설은 분명히 이외수의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중편이 아니면 긴 단편을 읽는 느낌이었다. 상당히 무겁지 않고, 도(道)에 관련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산뜻하고 무겁지 않아서 좋았다. 느낌이 이런만큼 하루만에 책을 읽을수 있었는데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학원가는 시간도 늦을뻔 했다. 그때마침 소설에서는 주인공 박정달이 노인을 죽이느냐, 내가 죽느냐 라는 갈등속에서 책을 덮어 학원에서는 머리속에 칼생각 밖에 들지않았다.
<괴물>에서 느끼는 무서움과는 다르다. 신검이 탄생하기 까지는 피를 먹어야 한다니... 섬뜩했다. 나는 주인공이 신검때문에 죽을때는 슬프기도 했고, 왠지 그 노인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과연 피를먹인 신검은 어떻게 되었을까? 신검이 탄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왜 이럴까? 작가는 우리에게 세상의 존엄성을 밝혀주는 신검을 만들라는 부탁을 하는건가. 마음속에 신검이라도... 주인공 박정달의 칼에 대한 집념에 대해서는 본받을 만 하다. 이 시대의 존엄성과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잔인하고, 혹독한가. 소설에도 나오는 박정달이 폭행 당하는것은 아마 잔인하고도, 무서운 세상을 비판하는것이 아닐까? 책을 덮은뒤 다른책이 읽히지도 않고, 머리속에는 칼생각 밖에 없었다. 책 마지막의 암호는 정말 작가의 상상력을 폭발직전까지 몰아가는데, 아마 그 암호는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것이다. 지금이라도 마음속에 신검을 만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