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코가 둔해서 향을 잘 못맡는 편이다.

하지만 향기에 대한 느낌이 강한 편이다.

그만큼 느끼기 힘든 것에 대한 집착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다 길 위에서 우연히 스친 냄새가

과거에도 맡아본 적이 있던 추억의 향이라면

어떤 장면의 향기 였는지 바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때의 기분은 그대로 가슴으로 전달되어, 곧 온 몸에 퍼진다.

 

아주 찬찬히 집중하면

그 향에 엮여진 장면들도 끌어올려진다.

 

수제 치즈의 시큼한 향을 맡을 때면

환하고 따스했던 부엌,

엄마가 하얗고 몽골몽골한 치즈를 담던 모습,

치즈가 담겨있던 유리병이

잡힐 듯 선하다.

 

이렇듯 향은

사람의 뇌세포 깊숙히 잠자고 있다가

코를 통해 전달되는 그 신선하고도 낯익은 전기적 신호를 받고

온 몸과 마음을 깨우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나는 향수를 읽는 내내 그러한 기분이 들었다.

 

향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향수를 만들던 그루누이는

자신에겐 아무런 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생물에겐 그 나름의 향이 있으나

그 가운데 자신은 의미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비록 향수를 만드는 천부적 소질이 있어

어떤 향이든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를 이용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었지만

 

존재를 완성시킬 수 있었던 그것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했던 단 하나,

향기를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그 다운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2007년 3월 27일

 

대학교 1학년 때 SJ 에게 빌려본 책,

직장 4개월차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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