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랑스의 토마 마티외란 남자가 그렸다. 머릿말과 꼬릿말에서 남자를 왜 악어로 그렸는지 반복적으로 설명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즉 여자 쪽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란다. 이 책이 그만큼 남자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거다. 여자에겐 그게 악어로 나왔든 남자로 나왔든 감상 결과가 별로 다르지 않았을 터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불쾌하단 남자들은 있다. 그들에겐 어쩌면 좋을까?하도 구구절절 반복해 남자를 악어로 그린 이유를 설명하니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생각해봤다. 혹시 악어와 (당하는)남자들로 그렸다면? 그런 그림이 상상하기 쉽진 않다. 어떤 에피소드는 의도대로 와닿지 않을 것도 같다. 아 근데 이 방법 어디서 본 듯하다. 혹시 이게 메갈이 보여준 미러링이란건가?메갈의 미러링을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자극받았기 때문일거다. 같은 일을 여자가 겪은 것엔 감정이입을 못하고 똑같이 되돌려 보여줘야 충격을 먹는 상황. 그에 비하면 <악어 프로젝트>는 극심한 충격을 주어 반감을 사는 대신 부드러운 표현 방법으로 악어를 선택한 것 같다. 물론 악어로 그린 것만도 반감가지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책 속에 펼쳐진 상황들은 참 솔직하다. 심하다 싶은 것도 많다. ˝일찍 다녔어야지, 그렇게 입고 다니니 그렇지˝라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은 시공을 초월한다. 레즈비언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점만 빼면 우리나라에서도 악어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례로 금방 한권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좋은 점은 사례 나열만으로 끝나 분노의 여운만 남기지는 않는다는 거다. 부록의 대처법들은 단순하면서도 믿음직하다. 특히 육체적 방어를 하면 더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긴박한 찰나에도 고민에 빠지는데, 독일의 강간 위협에 관한 통계가 도움이 된다. 그에 따르면 육체적 방어는 위협의 90퍼센트를 막을 수 있었고 오직 0.3퍼센트만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한다.많은 사람들이 읽고 대처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악어들이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