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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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라 칭하려니 내가 팍 늙은 느낌이다. 아무튼 요즘 사람들 수다에 빠질 수 있다. 가족사, 여행기, 취미, 옷입기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순서없이 들어있다. 시간 순으로 나열했으면 뭔가 그에 대해 계속 짜맞추고 기억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부담은 없다. 시간 순이 아니라서 그런가, 술술 읽히기 보다 오히려 이전엔 또 무슨 얘길까 매 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얼마 전 이슬아의 책도 읽었는데, 그의 이야기도 나와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스님이 된 아빠 이야기에서는 왠지 마음이 쓰리다.

게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과, <내가 때린 할아버지들> 이었다. 마케팅용 미니북으로 읽은 두 편의 임펙트 때문에 이 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이 청년과 나의 공통점이라면 세상의 기준에서 백수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직업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를 하고는 있다. 것도 아주 열심히. 그래도 가난하게 살되 기왕이면 그처럼 얼음에 팥과 콩가루를 잔뜩 넣고 비벼먹거나, 봉숭아로 손톱을 물들이며 살고 싶다. <내가 때린 할아버지들>은 작년에 전기차 충전이나 주차, 운전을 하면서 맞닥뜨린 폭압적인 중년 남성들에 분노한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처럼 성적인 문제는 아니었지만 염치없이 당당하고 폭압적인 점, 물리쳐도 또 비슷한 상대가 등장한다는 점이 똑 닮았다. 나도 처음엔 얼이 빠진채 그들을 그냥 흘려보냈다가, 나중엔 미친개처럼 대들었다. 소녀스러운 면, 귀여운 구석이 있다는 말도 가끔 듣는 내가 미친개처럼 날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개소리를 쳐지르니 화가 쌓이고 몸이 안 좋아졌다. 나도 기다리지 않으면서, 그것들을 기다린다. 나는 반성하기도 했다. 아무도 안 그러는데 너무 나댄걸까. 반면 양다솔은 쿨하다. 돌아보기 보다는 시원하게 그 길을 간다.

절벽의 텐트에서 사는 막연한 느낌이라지만, 양다솔은 치열하게 살고 있다. 한번 뿐인 인생 왜 그렇게 살아? 요즘 젊은이가 내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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