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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평점 :
학교 폭력이나 왕따를 당한 일을 어렵게 털어놓는, 이젠 어른이 된 사람들을 인터뷰한 형식이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네 잘못이 아니다”, “힘내라”, “너 자신을 잃지 마라”고 조언한다.
무관심하고, 말 걸지 않고, 눈길 주지 않다 거기에 조롱과 방관이 섞이면 폭력 사태까지 이어지게 된다.
요즘 부모들은 “맞지말고 차라리 때리라”고 가르친다. 태권도를 보낸다. 아마 궁극적 해결책은 못된다는걸 알 것이다. 아이도 부모도 그 중요한 학창시절을 그저 아무 문제없길 바라며 보내는 수 밖에 없는걸까. 나만, 우리 아이만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안되면 괜찮을까.
나의 학창시절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다. 초, 중, 고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못된 말로 나를 괴롭히고, 나쁜 소문을 퍼뜨린 후 화장실로 끌고 간 적도 있다. 어려서 그랬는지 영화에서 본 걸 흉내내는 수준으로 그쳤다. 난 겉으로 당당했지만 속으로 두려웠다. 선생님은 방관했다. 부모님은 그 친구에게 맛있는걸 사줬지만 효과는 없었다. 맞은 것도 아니었는데 죽고 싶단 생각을 했다. 죽으면 부모님이 얼마나 슬퍼하실지 생각하니 차마 죽을 순 없었다. 그 외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주변에 직접 당하거나, 당하는걸 본 사람은 많다. 흔하단 얘기다. 괴롭힘의 강도는 옛날보다 점점 더 심해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출연자 중 한 사람은 이것이 “서열주의” 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서열을 못따라가면 “등신”이고 “왕따” 취급을 “당해도 싸”다고 여겨지기 쉽다고 한다. 또한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면 선생님이 가만있지 않는단다. 선생의 개입은 꼭 서열에 따른다고 보진 않지만 대체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고학년이 될수록 그런 경향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처벌을 강하게 하기도 힘들지만, 처벌 강화라는 사후 대책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심리상담도 필요하지만, 이 또한 사후 대책이다.
내 생각엔 인성에 대한 교육과 토론, 협업 시간이 필수로 이수되면 좋을 것 같다. 그 교육이 하나의 교과목으로 분리하기 어렵다면, 각 교과목에 관련지어 교육을 하는 것도 좋을것 같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사회를 이룬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보니 사람간의 갈등은 필수이고,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방법을 모르고 사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아주 많다. 그 방법은 직장에서도, 결혼 생활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학교라는 갇힌 환경을 세상의 전부로 여기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 외의 다양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아이들도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폭력”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무시, 무관심, 말 피하기와 같은 방법은 갈등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어쨌든 “차라리 때려라”를 가르치는 사회보다 더 나은 방법을 택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이런 책이 많이 읽히고, 이슈가 되고, 많은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왕따가 왜 생기냐고 물어보면 그게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공부잘하는 애가 제일 중요하니까. 그걸 바꾸지 않으면 왕따 문제가 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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