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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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

▫️저자 : 우샤오러
▫️출판사 : 한스미디어

📖 비밀 같은건 없어 보이는 평범하고 조용한 아내가 사라졌다. 변호사 판옌중은 갑자기 실종된 아내, 우신핑의 행적을 쫓는다. 그녀를 찾으며 하나씩 드러나는 그녀의 일면들과 과거 사건들에 그는 당혹스럽기도 원망스럽기도 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 우샤오러의 문제적 장편소설이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작가는 피해자의 얼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가 통속적으로 바라고 이야기하는 피해자란 이름의 보편적인 얼굴을 거부하고 우리가 외면하는, 외면했던 이야기를 정면으로 들이댄다.
어떠한 사건은, 사회가 가지는 가부장적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그 의미와 중함이 달라진다.

편견이 더해진 시선 속 피해자는 말과 사랑을 잃어버린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기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사례와 자료를 통해서 조사하고 경험한 작가, 오샤오러는 차라리 물고기 꼬리를 달고 인어로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질문한다.

우리는 가끔, 아니 꽤나 자주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말을 내뱉는다.
인면수심의 비열한 짓을 저지른 가해자의 행동보다 짧은 치마를 입고 밤늦게 돌아다녀서 험한 일을 당했다고 피해자를 먼저 비난한다. 험한 일을 당하고도 고개를 당당히 들고 가해자를 처벌하려 증언하는 이들에게 무언가 이상하다고 한다.

친근한 이에게
발이 닿지 않는 높은 의자에 올려졌을 때,
그 어린 소녀는 어떤 얼굴로 자신을 내려줄 유일한 이를 바라봐야 했던 것일까.
올려진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설명하고 정의 내려야 했던 것일까.
그 이후를 감당해야 하는 소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지,
그 소녀를 그곳에 올려놓은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우리 모두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나 싶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나 역시 그 편견의 편에 설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_<우샤오러>

우샤오러가 이야기하는 부주의는 누구에게나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명심해야겠다.

💬 책을 고를 때, 내 감정 상태에 따라 가장 주의하는 키워드 몇 가지가 있다.
성, 폭력, 아동, 여성.
이 네 가지가 소재로 섞인 내용은 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따끔함이 있기에 손에 들기 전부터 두려움이 먼저 생기고는 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감정적인 동요가 심하지 않은 책들을 골라 읽었던지라 이 책의 소개에 흥미가 가득했음에도 다음에...를 중얼거렸더랬다. 독서동아리 친구와 함께 읽는 것이 아니었다면 차마 읽지 못했으리라...
읽은 지 한참인데,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을 만큼 마음에 남는 것이 많은 이야기이다.

💬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하기에 어린 나이에도
know-why를 통해 자신을 발견해 나간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거나 왜곡된 상황 속에서
왜? 라는 질문이 이겨내기 힘든 상처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세상이,
꽃같이 어리고 여리거나
햇살처럼 쨍하고 또랑 하거나 상관없이
이 땅의 모든 소녀소년에게 왜? 라는 의문에
답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문이 막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가슴도 먹먹하니 막힌다.

@hansmystery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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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의 내가 좋아 - 긍정토끼 몰랑이의 몰랑몰랑 마음 일기
윤혜지(하얀오리) 지음 / 북로망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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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의 내가 좋아 >

▫️저자 : 윤혜지
▫️출판사 : 북로망스

📖 인기 캐릭터 긍정토끼 몰랑이가 전하는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방법.
1장 ‘몰랑이는 몰랑몰랑해’에서는 나 자신을 보살피고 사랑하는 일에 대해,
2장 ‘몰랑이와 친구들의 통통 튀는 하루’에서는 나와 가까운 인간관계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3장 ‘몰랑이의 말도 많고 털도 많은 바깥 생활’에서는 사회에서의 조금 더 넓은 관계와 상황들에 대한 조언 아낌없이 전한다.
4장 ‘몰랑이가 전하는 일상의 행복’은 매일매일의 삶에서 지키고 생각해볼 점들을 이야기한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인생이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지금 가고 있는 길은 오직 나만 갈 수 있는 길이야.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의 비난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어떤 이의 참견도 내 길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해. 누구도 대신 걸어주지 못해. 나는 잘하고 있어. 이 길의 끝에 내가 생각한 정답이 있을 거라고 믿어!

🔖인생은 행복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들의 합창이야. 그런 덕분에 행복한 하루가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지?

💬 '몰랑이'를 만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딘지 맹하게 웃는 듯, 무표정한 듯한 몰랑이들의 표정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때로는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행복하게 미소 짓는 듯 보이기도 하다.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은 꽤나 예전부터 우리집 까다로운 아가씨의 최애이기도 하고, 나 또한 귀여운 녀석들을 매일 곳곳에서 보다 보니 정이 담뿍 들어 새로운 녀석이 보일 때마다 들여놓았더니 오만가지 형태로 집안을 점령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는 윤혜지작가의 인터뷰를 접한 아이가 몰랑이같이 어여쁘고 어리던 디자이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지 몰랑이 언니 너무 예쁘다며 자기 언니인 양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자랑하고 다니기도 했었다.
덕분에 한동안 스케치북 가득 몰랑이를 그리고 또 그리고 또또 그리고 했던지라 나에게도 굉장히 친숙한 몰랑이를 컬러링 북이나 숨바꼭질 놀이책이 아닌 에세이로 접하게 되니 참 반가웠다.
아이 때문에 신청한 서평단이었는데
며칠 동안 눈에 하트 그리며 내가 탐독하고 있다.
일단 ... 아니 이단도 삼단도 ..
너무 귀여워서 보고만 있어도 힐링된다.

" 오늘도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방법을 전한다. "
라는 책 소개에 걸맞게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따뜻하고 온화한 응원과 다독임을 만나게 된다.

괜찮아 괜찮아...
누구나 이러한 단순한 긍정과
무조건적인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나 스스로를 응원하고 사랑하라고 슬쩍 손 내밀어 주고
등을 밀어주는 달곰달곰한 녀석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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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외로워서 그래 - 도시인의 만물외로움설 에세이
오마르 지음 / 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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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외로워서 그래 >

▫️저자 : 오마르
▫️출판사 : 놀(다산북스)

📖 유튜브 채널 <오마르의 삶> 운영자이자 크리에이터 오마르의 ‘사람과 삶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에세이.
삶의 이야기 속 다양한 이야기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두고 풀어낸 아주 솔직한 글이다.


🔖가만히 있는 것은 얼마나 경의로운가.
누가 봐주건 말건 나로서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그뿐인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나는 좀체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살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자신이 한 번씩 너무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삶에 임하는 여러 지혜로운 노하우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별수 있나 정신'은 참으로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잡다한 요소들을 별수 있나 하며 내버려 두고 할 일이나 제대로 하는 것.
삶의 보푸라기들을 여기저기 붙이고도 그저 무심하게 지금에 집중하는 것. 삐뚤어지면 삐뚤어진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런 단출한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당신도 어딘가에서 외로울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 타인이 힘든 걸 위안 삼으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나는 여태 살면서 나만 이런게 아니라는 사실보다 확실한 위로를 발견한 일이 없다. 외롭다는 건 힘든 일이라기보다는 그저 삶 위에 당연하게 놓인 사실이라는 생각도 들고.



💬 SNS를 한다고하면... 자신을 자신있게 드러내는 부분이 있는 부류들의 소통. 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른이들의 화려하고 정돈된 일상을 보다보면 스스로가 참 초라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 또한 그나마 내 모습 중 초라하지 않은 부분을 다듬어 내보이는 곳이기도 하니까. 소통과 약간의 허세라면 모를까..
한번도, 단 한번도 외로움이란 단어와 연결해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사진 속 외로움들의 자기 좀 알아봐 달라는 아우성.
새벽은 조용히 소란하다.

나도 그랬나보다.
속 시끄럽게 인정해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거의 모든 감정적인 부분이 건드려지는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하나 ...생각하던와중
추천사를 쓴 이연작가의 문장을 보고 알았다.

안도, 눈물이 날 정도의 안도와 공감.
오마르 작가(양해민 작가)의 이야기에 나 또한 그렇다고, 그랬다고 고개 끄덕인다.

💬 어느날 부터인가 아무것도 안하고 부유하는 시간이 사라졌다. 작가가 집어주기 전까지 깨닫지도 못했다.
무언가 읽거나 보지않으면 듣기라도하는 시간들,
한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멀티로 움직여야 마음 놓인다. 나 또한 불안해서 그랬나보다.
이 불안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작가가 장기하의 <가만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를 듣고 느꼈던 기분을,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손에 들었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푹푹,
내 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가 꽤 ... 하찮기도한 것이 ...꽤나 멋지다.
내 이야기처럼.

작가의 말처럼 1월1일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한 살씩 먹는다는 것이 나 또한 굉장히 안심이되고 정겹다.

"나 외로웠구나.
별수 있나. 잘 안고 살아날 수밖에."

" 우리는 함께 외롭습니다". _ 오마르 작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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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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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저자: 현역 작가 23인
_김사과, 김엄지, 김이설, 박민정, 박솔뫼, 백민석, 손보미, 오한기,임현, 전성태, 정소현, 정용준, 정지돈, 조경란, 천희란, 최수철, 최정나, 최진영, 하성란, 한유주, 한은형, 한정현, 함정임

▫️출판사 : 작가정신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한국 대표 소설가 23인의 에세이를 엮은 책

🔖소설이란 결국 골방에서 혼자 쓰는 일. 세상에서나 혼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견뎌가며 언어를 쌓아올리는 일인데, 누군가 나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외롭고 고독한 소설 쓰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 _ 김이설》

🔖지금 나는 영감을 찾아 나서지 않고 다만 묵묵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에 좀 더 가까워졌다.
《나는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_박민정》

🔖무엇보다 소설가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체성 같은 것이어서 오래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자격이 유지된다. (...) 굳이 직장 생활에 비유하자면 수당도 없이 초과 근무 중인 상태와 같은 것이다.
《 공백의 소설 쓰기_임현 》

🔖나는 정말 시작하고 싶다. 아직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 글자로 나타나지 않은 그 세계에 어서 입장하고 싶다.
《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_최진영 》

✍️🏻처음 제목을 보곤 정말로 마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줄 알았다...'인세'라는 것은 종종 궁금했던, 내가 알기 힘든 카테고리였기에~
오한기 작가의 에세이 제목이었다니...
쬐금 아쉽기도 하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 그들만의 세상을 공식적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시간이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런 글은 어디서, 어떻게, 어느 순간에, 어떤 이유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신기할 때가 항상 있다.
그들의 어느 정도 집착적인 모습과 현실성 있는 일상의 느른함과 빡빡함이 만들어내는 세상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곳과는 다른 세상의 삶과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들의 고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할 수 있어서 신선하고 즐거웠다.

생각보다 알고 있는 작가님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고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올만한,
'에세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고도 충실한 에세이로 기억될 듯하다.

작가 개인의 글 쓰는 공간부터 소설을 쓰기 위한 낙서와 단상, 소설을 마무리 짓기 힘든 생활의 애환, 글 쓰기에 대한 은근한 권유까지.
오한기 작가의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를 읽으면서는 엄마이자 극세사 같은 자영업자로서 공감 수치가 하늘을 찔렀다.
작가 개인의 북토크나 에피소드집 아니고서야 어디서 이러한 소소하고 내밀한, 사소하고 하찮기도해서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를 접해보겠는가.

개성으로 똘똘 뭉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한국 대표 작가들의 다음 이야기가 나올 때쯤에는 왠지 내적 친밀감이 쌓여 있어 더 쉽게 책을 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고민과 용기, 도전이 있었기에
나의 편협한 세계가 넓고 깊어졌다는 사실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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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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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의 죽음 >

▫️글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그림 : 고정순
▫️출판사 : 길벗어린이

📖 <관리의 죽음>은 사소한 일이 병적인 불안으로 번져, 평범한 회계사였던 이반을 잠식해나가는 과정을 고정순 특유의 날카로운 예민함이 묻어나게 그려낸 안톤 체호프의 글.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에서 특별함을 찾아내 이야기를 써내던, 리얼리즘 단편 소설의 대가 체호프의 이야기를 이 시대의 대표 작가인 고정순 작가가 그려낸다니...어떤 이야기인지 책 소개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도 찰떡이다 싶었다. 고정순 작가의 작품은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감정의 한자락을 잡아 증폭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읽어내고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인 이전 작품 <그림자>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긍정하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한 고정순 작가는, 이번 작품 역시 인간의 삶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시작으로 순간의 불안이라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어둡게 잠식되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날카로움을 담은 펜 선에 담아 과장된 표현과 잔상으로 그려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라 주장한 리얼리즘의 대가 체호프의 작품은 비관적이고 염세적이다. 체호프가 그리는 삶의 평범한 일상에서 겪는 감정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행복이나 즐거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끊기지 않은 가느다란 희망이 존재한다. 포기하지 않고 사는 것이 인간의 운명임을 말하고 있는 작품들이 존재한다.

💬 이반의 재채기는 아주 사소하지만 그가 막을 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이었다. 그 사소한 일을 사과해야 한다며 몇 번이고 장관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애처로운 집착의 말로가 보이는 듯해 조마조마했다.
아마도 체호프의 단편집에서 보았던 다른 이야기를 알고 있어 더 안타까운 끝이 예상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 구성 뒤편에 작품 해설에서 예시한 이야기 <상자 속의 사나이>를 읽으면서 "뭐니..."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다시 마주할 줄은 몰랐지만 20여 년 전에 수업 때문에 읽은 그 짧은 이야기가 다시 생각날 정도라니, 꽤나 깊숙하게 기억에 남아 무언가를 전하고 있었나 보다.

이안은 왜 그 사소한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던 것일까,
장관의 태도가 처음 사과했을 때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이반을 이해한다고 하기엔 내 마음이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아 때려치우고 있는 그대로 그의 모습을 대면해 보기로 했다.

고정순 작가의 그림으로 이반의 불안 행동의 흔적을 바라보며 끝으로 치닫는 그 모습 속에서 ...
쉽게 자신을 놓지 말고, 자아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을 되새겨본다.
또한 그의 말처럼,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불행의 경우의 수를 늘리는 것이 익숙한 우리이지만
행복이나 희망, 좋은 것의 경우의 수를 늘려가는 연습을 하다 보면 좀 더 희망을 머금은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라 믿어본다.

조금 더 바란다면
펜촉같이 날카로운 신경선을 가진 사랑하는 이들을,
순간이나마 말랑말랑한 손끝으로 매만질 수 있는 내가 되길.

누구에게나 그러한 순간이 올 수 있다.
다만 그 순간이 왔을 때, 고정순 작가의 당부처럼

"우리 꺼지지 말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고정순 작가가 그리는 불안 3부작 마지막 이야기가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라는 놀라운 소식을 듣고, 길벗어린이 출판사의 기획력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독자로서 기다려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정순 작가가 전하는 특유의 위로와 다독임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한국 고전인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 견우와 직녀',
고정순 작가와의 콜라보 역시 언젠간 볼 수 있게 되기를 !! 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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