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관리의 죽음 >

▫️글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그림 : 고정순
▫️출판사 : 길벗어린이

📖 <관리의 죽음>은 사소한 일이 병적인 불안으로 번져, 평범한 회계사였던 이반을 잠식해나가는 과정을 고정순 특유의 날카로운 예민함이 묻어나게 그려낸 안톤 체호프의 글.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에서 특별함을 찾아내 이야기를 써내던, 리얼리즘 단편 소설의 대가 체호프의 이야기를 이 시대의 대표 작가인 고정순 작가가 그려낸다니...어떤 이야기인지 책 소개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도 찰떡이다 싶었다. 고정순 작가의 작품은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감정의 한자락을 잡아 증폭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읽어내고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인 이전 작품 <그림자>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긍정하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한 고정순 작가는, 이번 작품 역시 인간의 삶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시작으로 순간의 불안이라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어둡게 잠식되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날카로움을 담은 펜 선에 담아 과장된 표현과 잔상으로 그려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라 주장한 리얼리즘의 대가 체호프의 작품은 비관적이고 염세적이다. 체호프가 그리는 삶의 평범한 일상에서 겪는 감정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행복이나 즐거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끊기지 않은 가느다란 희망이 존재한다. 포기하지 않고 사는 것이 인간의 운명임을 말하고 있는 작품들이 존재한다.

💬 이반의 재채기는 아주 사소하지만 그가 막을 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이었다. 그 사소한 일을 사과해야 한다며 몇 번이고 장관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애처로운 집착의 말로가 보이는 듯해 조마조마했다.
아마도 체호프의 단편집에서 보았던 다른 이야기를 알고 있어 더 안타까운 끝이 예상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 구성 뒤편에 작품 해설에서 예시한 이야기 <상자 속의 사나이>를 읽으면서 "뭐니..."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다시 마주할 줄은 몰랐지만 20여 년 전에 수업 때문에 읽은 그 짧은 이야기가 다시 생각날 정도라니, 꽤나 깊숙하게 기억에 남아 무언가를 전하고 있었나 보다.

이안은 왜 그 사소한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던 것일까,
장관의 태도가 처음 사과했을 때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이반을 이해한다고 하기엔 내 마음이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아 때려치우고 있는 그대로 그의 모습을 대면해 보기로 했다.

고정순 작가의 그림으로 이반의 불안 행동의 흔적을 바라보며 끝으로 치닫는 그 모습 속에서 ...
쉽게 자신을 놓지 말고, 자아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을 되새겨본다.
또한 그의 말처럼,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불행의 경우의 수를 늘리는 것이 익숙한 우리이지만
행복이나 희망, 좋은 것의 경우의 수를 늘려가는 연습을 하다 보면 좀 더 희망을 머금은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라 믿어본다.

조금 더 바란다면
펜촉같이 날카로운 신경선을 가진 사랑하는 이들을,
순간이나마 말랑말랑한 손끝으로 매만질 수 있는 내가 되길.

누구에게나 그러한 순간이 올 수 있다.
다만 그 순간이 왔을 때, 고정순 작가의 당부처럼

"우리 꺼지지 말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적은 서평입니다.>

고정순 작가가 그리는 불안 3부작 마지막 이야기가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라는 놀라운 소식을 듣고, 길벗어린이 출판사의 기획력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독자로서 기다려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정순 작가가 전하는 특유의 위로와 다독임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한국 고전인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 견우와 직녀',
고정순 작가와의 콜라보 역시 언젠간 볼 수 있게 되기를 !! 꼭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