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멋진 악당
이타바시 마사히로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양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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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Leon Trotskii)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남긴 글이다. 이 글귀에서 영감을 받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La Vita E Bella, 1997)’를 만들었다.

몇 번이고 다시 보아도 늘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다. 볼 때마다 매번 같은 장면에서 울컥하는데,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 어린 아들 조슈아에게 수용소의 비참함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버지! 정말 그 노력과 아이디어는 눈물겹고 진하다. 포로수용소에서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는 거짓말을 생각해내다니 말이다. 조슈아 아버지는 끝내 목숨을 잃는 그 순간까지 신나는 놀이인 양 숨어 있는 아들에게 윙크를 하며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독일군에게 처형당하러 끌려간다. 이 잔혹한 장면에서 아버지 귀도는 끝내 처참한 진실을 아들의 눈을 잠시나마(성인이 될 때까지) 가린다. 이 처참한 현실을 자신의 아들에게는 장난으로 보이게 해야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조슈아의 아버지 귀도의 강박증은 정말 아니다 싶었다. 그는 왜 아들 조슈아에게 진실의 민낯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을까? 아들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기에 마음에 큰 상처가 될까봐?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들 조슈아의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서, 아이의 아름다운 꿈을 위해서 아버지가 지탱해야 할 무게는 너무나 무거워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러한 아버지 귀도의 노력이 아들 조슈아가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꾸려나가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스럽다. 그래도 이 영화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아름답고, 조슈아의 아버지 귀도의 행동도 충분히 아름답다.

여기 또 한 명의 아버지가 있다. 바로 그림책 ‘우리 아빠는 멋진 악당’속의 아버지다. 영화 속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버지가 현실을 행복하게 포장하려 했다면 그림책 ‘우리 아빠는 멋진 악당’의 아버지는 아이가 볼 수 없던 현실 이면을 짚어준다. 그림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울룩불룩 근육이 우람한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한 아들. 어느 날, 아이는 출근하는 아빠 차에 몰래 타 아빠 뒤를 밟는다. 알고 보니 아이의 아빠는 악당 역할을 하는 프로레슬러였다. 나중에 커서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다는 아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아빠는 아빠가 왜 악당 노릇을 하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려고 악당 노릇을 하는 거고. 아이는 아빠의 말을 듣고 아빠처럼 멋진 악당이 되고 싶다고 쓴 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그림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페이지는 아빠의 레슬링 상대였던 정의의 사도가 아빠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기습공격을 하는 장면이다. 과연 아들은 현실을 한 편은 정의의 사도, 다른 편은 악당으로 양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까?

 

어쨌든 이 두 아버지를 둔 아들들이 인생을 아름답고, 멋지게 살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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