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하는 진보
지성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대선과 총선을 기점으로 이제 칼자루는 보수세력에게 넘어가 버렸다. 지난 10년간의 진보 세력의 노력은 '잃어버린 10년'으로 치부되어 버리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음에도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서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는 누명(?)을 쓰고 진보세력은 패퇴했다. 10년간 서민들의 허리를 옥죄게 만들게 된 단초가 된 'IMF(흔히 쓰는 말로 쓴다.)'를 초래한 보수세력들은 국민들에게 단 한마디의 사죄도 없이 오로지 개혁에 발목잡기만 하다가 드디어 정권을 되찾았다.

 이 책은 왜 진보세력이 패배했는지, 그리고 이제 더이상 '민주 대 반민주' 라는 단순한 과거의 대결구도로는 진보세력의 설 자리가 없음을 얘기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래의 비전에 대한 명쾌한 제시도 없이, 그리고 국민들이 그렇게 열망하던 획기적인 개혁도 이뤄내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이념적 대립의 틀을 깨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음을 반성하고 다시금 낮은 곳에서 말뿐이 아닌 몸소 실천하는 진보가 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80년 광주시민항쟁, 87년 민주항쟁으로 정치적 민주화는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경제 개혁, 사법 개혁, 문화적 의식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에 많이 뒤처져 있음은 사실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경구가 이미 빛바래 버린 우리 사법 현실, 특히 과거 '권력의 시녀'라 불리며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던 검찰이 이젠 경제 권력의 충견이 되어버린 듯한 현실,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 아직은 요원한 남녀 평등 문제, 학문 연구 보다 권력의 단맛을 향유하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권력지향형 교수(polifessor), 수구 세력이 아닌 진정한 보수 세력의 출현이 필요한 현실 등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지적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차분한 어조로 얘기 하고 있다.

 진보 세력이 비록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비록 참패했지만 뿌리채 뽑혀 버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87년, 91년, 수많은 청춘들이 채 꽃피우지 못하고 스러졌지만, 끝내 바라던 세상을 이루지 못해 좌절해 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척박한 땅을 딛고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비록 실패한 정치실험이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직 희망이 송두리째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저자와 같이 더불어 잘 사는, 진정 행복한 세상에 대한 꿈을 꾸며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사의 수레바퀴를 밀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 수레를 다시금 힘껏 모두 한마음으로 밀 때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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