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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골 미륵이 ㅣ 사계절 아동문고 50
김정희 지음, 이선주 그림 / 사계절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일제가 36년 동안 우리나라를 통치하면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전쟁확대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자 뿐 아니라 징용으로 사람까지 끌고 가서 전쟁 속으로 끌어 들였다. 그 지긋지긋한 일제하에서 벗어나 태평양 전쟁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해방이 되었다고 만세를 부르며 좋아 했다. 하지만 이 것도 잠시 미군과 소련군이 해방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반으로 갈라서 통치를 하게 된다. 해방전후 사정이 많은 혼란이 있었음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이 책은 해방 후 혼란기에 겪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라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겨울이 되면 눈이 많이 왔다. 잠자고 일어나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고 이 눈을 치우느라 한나절이 걸리기도 했었다. 그 때는 유난히도 겨울이 길었던 것 같다. 어둠이 빨리 오기 때문에 저녁밥을 빨리 먹게 되는데 그러면 밤이 길다. 그럴 때면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나, 할머니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할머니께서는 옛이야기 뿐 아니라 6.25때 피난 가서 먹을 것이 없어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먹었다거나, 봄이 되면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었다는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더욱더 할머니가 그리워졌다.
미륵이는 인자하신 할아버지와 어머니, 두 여동생과 살면서 온 가족이 한데모여 사는 것이 꿈인 소년이다. 하지만 징용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아버지가 야시굴에 들어가 살게 되고, 해방이 된 후에 돌아오리라 믿었던 아버지는 빨갱이가 되어 사람들 눈을 피해 집을 다녀간다. 세상이 뒤숭숭하고 친일파를 없애자고 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미군에 빌붙은 친일파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또한 생각의 차이로 토벌대와 빨갱이로 나뉘는데 역사의 승자인 토벌대가 빨갱이들을 토벌하게 된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지만 미륵이는 왜 아버지가 토벌대에게 ?기고 할아버지 어머니가 고문을 당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미륵이는 외딴 갓지기 집에서 살지만 아랫마을에 사는 절친한 친구 영대가 있다. 하지만 영대 삼촌이 빨갱이들이 파출소에 불을 질러 죽게 되면서 서로간에 우정에 금이 간다. 하지만 끝까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보살펴주는 우정은 미륵이로 하여금 살아갈 희망을 주는 듯하다. 할아버지는 토벌대의 고문으로 장독이 올라 죽게 되고 막내여동생 붙들이 마저 먹지 못하여 죽게 된다. 아버지는 운문산에서 토벌대에 의해 죽음으로써 식구의 절반이 죽음에 이르고 야시골에서 살지 못하고 결국은 도시로 나오게 된다. 미륵이는 절망과 희망을 같이 느끼지만 절망보다는 희망을 더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토벌대가 미륵이네 집에 와서 불을 지르고 가는데 어머니가 하늘을 보면서 소리친다.
“도대체 빨갱이가 머꼬! 그기 먼데 이래 사람을 못살게 괴롭히노. 그기 사람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나 사람목숨보다도 더 중요하나?”일제 치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백성들은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구성이 잘되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도 씌어 있듯이 이 동화를 쓰기위해 12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이 걸렸다. 탄탄한 구성력은 작년에 출간한 <노근리 그해 여름>에서도 볼 수 있다. 역사를 바탕으로 또한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잘 그려낸 이 책들이 값지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