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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ㅣ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평점 :
1980년 전후,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으로 생각이 됩니다. 흑백 TV에서 ‘말괄량이 삐삐’를 보기위해 오후시간을 많이 기다렸습니다. 그 시간에는 엄마 심부름은 물론 모든 일이 중단되고 TV 앞에 앉아서 천진난만한 삐삐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서로 다른 양말을 신고, 발보다 훨씬 커다란 신발을 신고 두 갈래로 머리를 따서 들어 올려진 머리와 죽은깨 투성이의 얼굴에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그 당시 TV를 볼 때는 책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가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만 막연히 했었습니다. 그런데 동화공부를 하면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산적의 딸 로냐>를 알게 되었고 이때 린드그렌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린드그렌 선생님이 쓰신 동화가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비읍이가 엄마를 통해 린드그렌 선생님을 알게 됩니다.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 속에 푹 빠진 비읍이는 용돈을 아끼고 자전거 살 돈으로 자전거를 사지 않고 책을 한 권 한 권 사게 됩니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일이나 기쁜 일이 있으면 린드그렌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화의 소재가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상상 속에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동화는 쓰게 된 동기가 작가의 린드그렌 선생님 사랑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의 그러게 언니가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읽는 내내 책 속에 푹 빠져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 소개된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동화읽는 어른 활동을 하면서 여러 권 읽을 수 있어서일 겁니다. 책 속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군더더기 없이 잘 표현해 놓은 작가의 표현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겠지요. 또한 책 한 권 한 권을 일상생활과 관련지어 읽고난 후기를 적은 것처럼 써놓은 부분에서는 꼭 그 책을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습니다.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통해 상상을 많이 하면서부터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한 것’이 없어졌고 덜 심심했고 덜 외로웠다. 무엇보다도 상상을 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28쪽)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누리는 비읍이. “린드그렌 책을 읽으면 ‘인간에 대한 진정한 예의’가 생긴다.”(83쪽)고 얘기한 그러게 언니. 무슨 일이 있어도 쓸쓸함을 갈아먹는 린드그렌 책벌레를 엄마랑 지혜한테 옮기기로 한 비읍이. 지혜한테는 옮길 수 있었지만 엄마한테는 옮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