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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 - 망각의 20세기 잔혹사
정우량 지음 / 리빙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역사를 모르면 오늘의 현실을 이해할 수 없고, 또 내일의 향방을 예축할 수 없다. - 콜링우드
반성과 숙고가 없는 사회는 위험하다. - 지아장커
모든 사람들은 각자 타임머신을 갖고 있다. 우리를 과거로 인도하는 것은 기억이고, 미래로 인도하는 것은 꿈이다. - 알렉산더 하트겐
현대사의 시작은 역사가 과거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데서 비롯한다. 현대인은 자신이 통과해 온 과거의 희미한 빛 속을 열심히 되돌아본다. 그 가냘픈 빛이 지금 가고 있는 어둠을 비춰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 E.H 카
작가는 우리 현대사에서 우리 인간이 저지른 만행을 소개하고 더 이상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비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대표적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 내전,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량 학살과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 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2.28 학살 사건, 드레스던 폭격 사건, 원폭 투하 등 인정하기는 싫지만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보여주는 여러 사건들이 1장에 소개되고 이란 쿠데타, 체 게바라 투쟁, 68학생 혁명, 스파이 간첩 사건 등 흥미를 주는 여러 일화 등이 2장에서 다루어진다.
처음에는 잔혹사라고 해서 다소 노골적이고 잔인하게 묘사해 놓지 않았을까 우려했었는데, 작가가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다행히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문체라 읽기가 쉬웠다.
내심 세계사를 좋아한다 말만 해왔는데, 스페인 내전의 숨겨진 배경이나 각국의 이해관계, 대만의 2.28 학살 사건이 일어나게 된 구체적 상황과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본성인과 외성인의 갈등, 일본이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속국 노릇을 하는 오키나와의 비극 등 좀처럼 알기 힘든 현대사의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도움이 되었고 2장에서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스캔들, 혁명, 투쟁 등은 역사의 또 다른 면을 맛보게 해주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과연 인간의 잔인한 면은 어디까지일까?
동종을 죽이는 일.. 참 힘든 일일텐데..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기적 결단으로 수십만 명.. 아니 수백만 명을 죽이는 것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그런 도덕적 품성을 지닌 사람이 우두머리로 앉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우두머리에 동조하며 우~~ 따라가는 어리석은 민중들하며.. 각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애민주의, 박애주의를 외치는 나라조차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는 역사하며... 정말 우리가 정반합의 다른 발걸음을 통해 역사적 진보를 이루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우리는 과거를 얼마나 기억하고, 얼마나 반성하며 살고 있을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반복하게 돼 있다.’라고 어떤 철학자라 말을 했듯, 우리 인간이 자행한 잔혹한 사건을 그대로 묻어두기 보다는 괴롭고 힘들지라도 그것을 기억하고 그리고 늘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늘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어볼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편집 상태나 책 내지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현대사이기에 여러 사진자료가 많은데, 재생지같은 좋이에 흑백사진이라니.. 그러면서도 책 가격이 15000원.. 내심 조금 안타깝다. 내용이 좋으니 구성도 이해를 도와주게끔 깔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