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의 밤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폴 오스터의 소설은 처음이다.
잘 모르지만, 달의 궁전이란 책 때문에 낯익은 작가이긴 한데..
기대하는 만큼 실망도 크겠다 싶어서 처음에는 건성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 역시나 요즘 소설 경향처럼 소소하게 시작하네..라는 처음 생각은 책장을 넘길수록 어어.. 이것 봐라.. 잉? 음.. 이런 반응으로 점차 바뀌었다. 한 마디로 재미가 있어진 거지.. ^^;

독특하다. 312페이지.. 그렇게 길지 않은 소설인데, plot이 복합적이라서 읽는 이의 흥미를 끈다. 동시에 세 가지 이야기를 따라 잡으려니 너무 복잡할 것도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자꾸 궁금해진다. 어.. 뒷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첫 몇 페이지만 읽으면 결과가 훤히 보이는 그런 소설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폴 오스터는 시드니 오어의 이야기를 하고, 시드니는 닉 보언의 이야기를, 그리고 닉은 르뮈엘 플래그의 이야기를.. 그리고, 중간 중간 시드니가 구상하는 공상과학 시나리오라든지.. 아내 그레이스를 둘러싼 삼각관계, 그리고 중국인 장의 이야기 등 정말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작품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거기에다가 특이한 소재, 장치들.. 포르투갈제 파란 색 공책이라든지.. 캔자스시티의 지하 방공호라든지 1937년도의 바르샤바 전화번호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이무기 돌 등.. 그의 거침없는, 그러면서도 잘 짜여진 상상력이 정말 놀랍다.

또 특이한 점.. 소설에서 각주가 3페이지 넘어가는 것도 이 책이 처음이다. 자칫 읽는 흐름, 리듬을 깰 수도 있지만, 일관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주기에는 적당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앞쪽 부분에는 다소 심한 번역투라서 눈에 거슬렸는데-예를 들면, "말하자면 나는 이제 기능이 온전치 못한 부품들과 신경병적인 난제들을 안고 있는 손상된 물건이었고, 그 모든 광란적인 획득과 소비에 냉담해졌다."- 나로서도 이런 문장을 보면 손대기가 어려울 듯..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일..
1. 우리의 삶은 우연에 영향을 많이 받는가? 아니면 일순간 변하는 것 처럼 보여도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인가?
2. 존의 말..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어느 순간에나 미래가 있네"

기분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된 나에게는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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