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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스러운 일이지만 전주의 우리 부모님은 조선일보를 몇 년째 구독하신다.

나도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모를때에는 광수생각이 좋아 조선일보를 참 잘도 보았다.불행중 다행이게도 정치면은 본 기억이 거의 없고 (그렇다고 쓸데없이 연예면을 보지는 않았다.) 사회면과 매주 토요일 책에 관한 섹션(이 역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어이없는 책 홍보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을 나름대로 즐겨보았다.

우리 부모님이 조선일보를 보시는 단 하나의 이유는 6개월을 구독시 나머지 6개월을 공짜로 준다(이러한 이유로 조선일보는 자칭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는 이름을 떨치나보다!)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발상에서이다.

내가 세상에 뒤늦게 눈을 뜨고(정말 뒤...늦게 눈 떴다.이전에 나는 세상의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에서 멀찌감치 물러나와 자연을 노래하는 철부지 소녀였다.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일찍이 알아채버린 현실의 한계와 울분을 자연에게 토로하고 그로부터 무한한 위로를 받으며 하루 하루를 버텨왔다...매 해 봄이면 대지의 푸르른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으며,유난히 무덥던 어느해 늦 여름...서녁 하늘의 진분홍빛 노을에 숨이 턱 멎기도 했으며,미련없이 떨구어낸 낙엽...그 서걱거리는 황량함 속에서 이듬해 봄의 쌔근거리는 생명력이 공존함을 깨닫기도 했으며,어느 해 겨울...고요한 물가에서 나보다 더 서럽게 울어대는 갈대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이렇듯 무언의 언어로 나에게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자연과 가까이 할수록 나에게는 모순된 현실의 그 추악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만 했다.그러나 현실의 난 언제고 속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그런데 몇 일 전 한 수업시간에서 내가 참으로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진정한 낭만주의자들은 오히려 현실 참여적인 성향을 지닌다고.얼핏 들으면 모순되는 생각이라 여길 수 있으나 나는 어렴풋하게 나마...그 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한겨레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그러나 경제권을 쥐고 계시는 아버지를 설득하지는 못했다.아버지와의 대화는 언제고 언쟁으로 끝이 났기 때문에...)

어쩔땐 하루 일과에 쫓겨 신문을 볼 틈도 없지만(적어도 이것 저것 살펴보면 한시간 이상의 집중을 요한다.) 500원으로 얻는 '알 권리'는 그마만큼 가치가 있다고 본다.특히 내가 전혀 몰랐던,사회의 억압과 차별로 소외받는 이들의 처지를 알기라도 한다는 건 모르는 것과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그리고 '나의 앎은 언젠가 곧 실천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의지를 하루하루 다지게 하는 힘이 된다.)

오늘도 잠깐 딴 생각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우울...) 저녁이 되어 뒤늦게 집으로 가기 전,아침에 사서 보지 못한 한겨레 신문을 학교 도서관에서 보았다.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 되는 것들을 살펴보다가 노무현 대통령 특검거부와 관련된 사설을 보았다.

사실 특검거부에 대해서 나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지만 어쨌든 한겨레 사설에서는 노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에 대하여 그 옳고(딱히 동조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결정하기까지의 여러 상황을 이해하려고는 하였다) 그름을 서두에서 논한다음 한나라당의 행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다.

대충 신문을 훑어보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 전,

오기가 발동했음일까?

보는 것 조차 시간이 아까운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어디보자...다행히 같은 주제의 사설이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보수언론의 보이지 않는 폭력성의 정도를 이제서야 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홍세화님,진중권님의 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난 무의식적으로 조선일보를 봤을 것이다.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이 두분께는 두고두고 감사...)

사설은 처음부터 끝가지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전적인 비난의 논조로 일관했다.

한나라당 위원들의  납득하지 못할 행위에 대해서는 일언의 언급조차 없었다.

...씁쓸한 웃음만...피식!

오늘 조선일보 사설을 보았던 전국의 수 만 독자들은 노 대통령만을 또한번 욕할 것이다.분명...

무섭다...언론의 힘이란게...

...혹시 이 글을 누군가 읽고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신문을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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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람 모음집은 제가 인상깊게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을 쓰거나 책에서 발견한 소중한 말씀들을 담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한주 혹은 한달,길게는 일년이상 제가 읽을 책 목록을 기록하며 도서계획을 세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책에 관한 짤막한 글을 적으며 청풍집에 대한 소개를 마칩니다.

책은

꿈을 위하여

현실을 잊기 위하여

세계로 향하는 창을 내다보기 위하여

인간을 이해하기 위하여

호기심 때문에

혼자 있기 위하여

느림에 대한 사랑 때문에...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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