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르트바서 - 다섯 개의 피부를 지닌 화가왕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피에르 레스타니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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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5일부터 2011년 3월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는 국내최초로 훈데르트바서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훈데르트바서가 지향하는 자연과의 조화를 근간으로 만든 건축모형을 비롯하여 회화와 판화 등 그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있다. 그리고 전시회와 더불어 그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공부해 볼 수 있는 서적 또한 출판되었다.

 

저자는 피에르 레스타니(1930-2003). 모로코에서 자랐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에서 수학하였다. 1963년 미술 건축 잡지인 [Domus]에서 일하였으며 1985년 이래 [D’ars]지의 편집인으로 근무하였다. 1955년 이브 클랭과의 만남에서 영감을 얻어 1960년 “누보 레알리슴”이론을 주창, 파리에 동명의 화파를 창시하였다. 20세기 예술전반에 대한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이 책은 ‘예술의 힘’이라는 동명의 주제 사이로 저자가 말하는 훈데르트바서의 5가지의 피부 곧 표피. 의복. 인간의 집. 사회적 환경과 정체성, 글로벌 환경과 생태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술의 힘Ⅰ’에서는 훈데르트바서가 예술가로서 지낸 전체적인 줄거리를 요약해 놓았다. ‘제1의 피부: 표피’에서는 그의 이름과 직선 혐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완전한 자연주의에 대한 종교적인 이상을 그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자연주의로 인해 그는 나체주의자로서 활동하는데, 이 책에는 그의 나체 사진이 여럿 실려있다.


‘제2의 피부: 의복’. 그는 자신의 옷은 물론이고 양말과 신발까지 만들어 착용하였다. 모든 복장을 짝이 맞지 않은 ‘안티패션’으로 만들었고, 패션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제3의 피부: 인간의 집’. 그는 집의 구조나 디테일을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모든 디테일의 성향을 달리하고 있고, 심지어는 문고리 하나도 같은 것을 배제하는 철저함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여러 정치적 지원을 받아 건축물 하나에서부터 마을 전체를 그만의 상상력으로 디자인하기도 했다. 훈데르트바서가 맡았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슈타이어마르크 주 동부의 블루마우에 있는 온천 마을 롤링힐즈로서 그 부지만 35헥타르에 달한다.

 

‘제 4의 피부: 사회적 환경과 정체성’. 이 장에서는 그의 우표디자인과 그 업적이 인상적이며, 그가 가진 국가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 예술안에서 표출되었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제 5의 피부: 글로벌 환경과 생태주의’에서는 생태주의자로서의 그의 활동에 대해 살펴볼 수 있고, 화가 이외에도 그가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볼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라는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화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부여하는 책이다. 특히 그의 중심사상과 연계된 독특한 정치적·사회적 행보의 흐름을 알 수 있고,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훈데르트바서의 사진과 작품이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전시회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그림만을 사랑했던 단순한 화폭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화가는 아니기에 책의 내용이 미술 전문서적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또한 저자가 미술계의 큰 어른이었기에 그가 말하는 훈데르트바서라는 인물이 그리 쉽게 설명되지도 않는다. 그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공부하려는 마음가짐이 아니고서야 책장 넘기기는 수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오스트리아 국보급 화가, 훈데르트바서. 그의 철학과 예술이 피부로 설명되고 있는 이 책은 예술적 감성이 충만하여 어떤 인간의 사유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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