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머니게임 -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천재들의 음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21〉. 아이비리그 명문대 천재들이 그들의 지적능력을 이용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블랙잭’이라는 기기의 허점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수학적 확률을 이용한 필승전법 ‘카드 카운팅’으로 두뇌의 모험을 펼친다. 천재들의 머니게임. 이 책에서의 천재들은 전 세계 금융시장 안에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영화보다 스케일이 큰 실제사례가 낱낱이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로저 로웬스타인. 미국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10년 넘게 ‘월스트리트저널’기자로 활동하면서 주식시장과 투자에 관해 고정 칼럼을 기고해왔다. 저서로는 〈Buffet〉〈Origins of the Crash〉〈While America Aged〉〈The End of Wall Street〉가 씀, ‘뉴욕타임스’, ‘뉴리퍼블릭’, ‘스마트머니’의 칼럼니스트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LTCM은 살로먼 브라더스의 부사장이자 채권거래팀장이었던 존 메리웨더가 1994년 설립한 회사이다. 메리웨더는 살로먼에서 최상의 엘리트만을 선별하여 차익거래팀을 구성했는데, 그들은 기존 사원들과는 달리 컴퓨터를 활용한 수학적 확률을 토대로 학문에 빗댄 계산적 산출방식으로 이익을 내고, 이부서는 이내 회사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한다. 메리웨더가 부하의 부정행위로 살로먼에서 퇴출당하고 나자, 그는 그가 만든 차익거래팀을 빼내서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LTCM이다.
 
이 회사에는 파생상품의 블랙숄즈모형을 개발한 숄즈와 금융학계의 일급학자이며 노벨상을 수상한 하버드의 로버트 머턴이 참여하여 세간의 집중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먹물들의 판인 것이다. 이런 조합은 LTCM이 처음부터 숫자와 수학 이론으로 장난이나 칠 계획이었다고 평가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들은 채권의 만기구조에 따른 수익률변화인 스프레드차이를 노린 수익과 레버리지를 이용한 수익의 수직상승 등 여러 가지 수학적 모델을 활용한 그들만의 이론으로 자본을 끌어들여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맛보게 된다. 출범 당시부터 1997년까지는 연 28~59%의 고수익을 계속했다.
 
그러나 단맛은 여기까지. 그들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완전경쟁시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론과 가설이었기 때문에 실제시장에서의 위험인자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1997년 아시아의 IMF구제금융이 첫 타석.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펀드는 붕괴위기로 접어들었다. LTCM의 도덕적 해이와 파생상품의 연이은 투자 실패들로 몰락의 위기에서 연방준비제도의 주도로 대규모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
 
두 노벨수상자가 내세운 수학적 모델에 관한 지적 자만과 그 실패, 리스크관리의 실패와 탐욕적 성향의 발동 등이 그들의 몰락의 주요한 원인이랄까. 여기엔 졸렬한 샌님들의 먹히지도 않을 전략 같은 것들이 난무했다. 알 수 없는 세계의 영화 같은 재미, 다큐 같은 진지함이 결합되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는 누구나가 지적하는 일이겠지만, 일반 독자 즉 금융권에 대해 그리 빠삭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책이다. 아는 사람만 읽던지, 컴퓨터나 아이폰이라도 대동하고 읽으라는 것인지. 금융권 전문용어에 대한 각주가 전무하다. 아무것도 없이 혼자서 읽어 내려가기엔 이 독자는 너무 무식했다는 말이다.
 
세계에서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확신에 찬 나머지 남의 말 안 듣고 여유부리다가 낭패한 이야기. 그래서, 지들끼리만 망하면 되는데 엉뚱한 사람들까지 말아먹게 만드는 그 썩어빠진 정신을 보여주는 이야기. 여러 가지 재밌는 요소들이 가득한 좋은 책이었다. 기업이 단순히 머리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고. 수완만 가지고 잴 일도 아니라는 굵직한 사례가 담긴 교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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