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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초 대나무 숲,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 ㅣ 햇빛초 대나무 숲 시리즈
황지영 지음, 백두리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2월
평점 :
요즘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불편해진다. 교실보다 휴대전화 화면이 더 큰 세계가 되어 버린 현실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 불편함은 계속 따라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장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시 열린 대나무 숲 계정에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쏟아지는 말들이 누군가의 과거를 들춰내고 연애를 폭로하는 장면은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이들 이야기인데도 전혀 가볍지 않았고 오히려 어른 사회의 축소판 같았다. 유나와 건희 그리고 채연의 시점이 교차하며 같은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마음의 결을 보여주는 지점이 특히 아프게 다가왔다. 건희의 과거 사건이 드러날 때 사람은 계속 변한다는 말이 희망처럼 들리다가도 때로는 변명처럼 느껴져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관심을 받기 위해 익명의 공간에 글을 올리고 싶은 그 마음을 나 역시 완전히 부정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상처받으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대숲의 주인을 찾아 움직이는 유나의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완벽한 행복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단단해지는 과정 자체가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진정한 성장의 결말이라고 느꼈다. 읽고 나니 마음이 쓰리면서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진실이라도 함부로 꺼내면 칼이 될 수 있고 거짓은 순식간에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정면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심리 스릴러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 보고서이자 어른들을 향한 경고문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과연 어떤 말을 믿고 어떤 말을 멈춰야 하는지 아는 걸까 묻게 된다. 책을 덮으며 나의 말부터 더 조심하겠다고 다짐하며 아이들이 상처 대신 단단함을 배울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