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정호승 지음, 한요 그림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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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시를 한창 좋아했었다. 10대 후반이었을까. 학업도 외모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던 시절. 수선화에게를 읽으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하면서 눈물을 참으며 공부를 했다. ‘슬픔이 기쁨에게‘를 읽으며 이별의 슬픔을 이겨냈었지. 인생의 고비를 하나씩 넘을 때 마다 내 삶에 등장하곤 하는 시 였는데. 정호승 시인의 동시집이라니. 가슴이 두근두근.

 

지하철

 

혼자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바로 내 앞에 서 이쓴 아저씨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다

사람들이 아저씨를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아저씨!”하고 손가락으로

아저씨의 바지 지퍼를 가리켰다

아저씨가 얼른 지퍼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모른 척 창밖만 내다보았다

나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에는 한강이 보였다

봄 햇살에 강물이 반짝거렸다

 

아이다운 마음. 아저씨의 마음이 모두 느껴지는 동시. 빙긋이 웃게 된다.

 

형과 장난을 치다가 부처임 뒤로 숨고 부처님 엉덩이 크다고 놀려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 순수함. 세면대 위로 기어가는 개미를 물을 틀어 하수구 속으로 흘러가게 하고 거미를 변기 속에 확 내려 버리고 아기 달팽이를 하루 종일 가지고 놀고, 먹이 주는 것을 깜빡 잊어 햄스터를 굶겨 죽이고 잠자리르 날개를 찢어 버리고 풍뎅이에게 에프킬라를 마구 뿌리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용서를 비는 마음. 그런 일들을 말할 수 있는 순수함과 그것을 지켜보는 너그러운 마음까지 품게 되는 동시집. 어른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순수가 살아있다면 바로 동시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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