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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멀리 차기 ㅣ 창비청소년시선 37
서형오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9월
평점 :
가을엔 시를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곤 이 시집을 만났다. 창비 청소년 시선.
잃었던 감성을 되찾고 말았다.
나도 시를 쓰고 싶어졌다.
시인은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삶이 바로 옆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시가 가득하다. 아! 아이들도 그들의 삶과 고민이 있구나. 그것을 내가 잊고 있었는데 깨우쳐준 시인께 감사를 전한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눈가를 찌릿하게 하던 시가 많다.
신발 멀리 차기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신발 멀리 차기 놀이를 한다
발등에 신발을 걸고
힘껏 발을 내뻗자
포물선을 그리며
신발이 날아간다
마지막에 찬 내가
1등이다
멀리 떨어진
신발 한 짝을 주우러
깨금발로 뛰어가면서
생각한다
아빠의 마음도
별거 중인 엄마한테
깨금발로 뛰어갔으면 좋겠다
잠시 높은 곳 먼 데에 갔다가
땅으로 내려온 신발을
찾으러 가듯이
엄마를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나의 아이에게도, 청소년을 이해하기 어려운 누군가에게도, 십대의 감성을 잃은 당신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깊은 속사정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