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선 안그래.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니까?’
‘난 여기가 싫어. 너무, 너무, 너무.’
‘난 가끔 저 밑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문은 잘 잠그지?’
유나가 여태 했던 말들이 신경 쓰여서, 검고 깊은 저수지를 오래 들여다보던 모습이 자꾸 어른거려서 그냥 돌아설 수가 없었다.
"강유나,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우리 집으로 달려와. 우리 집엔 담도 없어. 급하면 내 방 창문으로 넘어와도 돼. 톡톡톡, 세 번 두드려." - P41
"그렇게 멍청하게 입 꾹 다물고 앉아만 있으면 뭐가 나오냐? 달라져? 어른들 일은 어른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네 잘못도 아닌데 혼자 난리 치지 말고."
다그치듯 말했지만 내 진심은 그거였다. 애써 빈자리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우리 둘이,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말, 사람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얘기하는 그 옛말은 진짜였다.
"네 잘못도 아니잖아.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그 말을 어떻게든 꼭 해 주고 싶었다. -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