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반양장)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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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메뚜기가 배 부분에 청각 기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학기의 성적으로 볼 때, 귀하의 자녀 베네사는 청각 기관이 전혀 쓸모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p11

 

학기말 통지표를 쓸때 잠시 감상적인 느낌에 젖어있는 선생님의 말.

이 문장때문이었을까, 아동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아주 재밌는 이야기가 전개될 것같은 흥미로움이 퐁퐁 솟구쳤다.

메뚜기보다 못한 댁의 자녀에 대한 평가.

ㅋㅋ부모들은 저 말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현실을 직시했을까, 담임을 욕했을까?

 

 

 

 

 

 

"정직해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없는 법이야.

손님들은 원래 속이라고 있는 거지."

p30

 

고작 5살 남짓한 어린아이도, 무엇이 그르고 옳은지 아는데,

주행거리를 속이는 뻔뻔한 짓을 하고도 싫으면 밥을 먹지말라니,

자신이 부정하게 번 돈들로 이 모든 것들을 니가 누릴 수 있는 것이니,

바보같은 너는 조용히 하라니, 아니 오히려 니가 사기꾼이라니,

정직하지 못한 부자는 오래가지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한 법이야.

속이라고 있는 손님이 없다면 너는 살아가지 못하지.

나쁜 어른들!

 

 

 

 

 

 

공격을 받았을 때 취해야 할 현명한 행동은,

나폴레옹이 말했다시피 '오직 반격'만 있을 뿐이다.

p54-55

 

어허, 조금은 위험한 발언 아닐까?

그렇지만 '오직 반격'에도 여러 종류의 반격이 존재한다.

물리적인 반격, 심리적인 반격,

예를 들어 마틸다는, 옆집 프레드의 말하는 앵무새를 빌려와

벽난로에 숨겨놓고, 유령 소동을 벌여

아빠와 엄마를 벌벌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또래의 아이들이란 어떤 사실에 대한 이유를 깊이 캐 보려 하지 않는 법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온 정신이 팔려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p132

 

그래서 아이들의 세계에는 어른들의 세계처럼 슬프지 않은가 보다.

 

 

 

 

과제때문에 읽은 도서다. 영어로 읽을 때에도 참 재밌는 책이라고 생각을 했다. 영어로 한번 읽어서 인지, 책이 재미있어서인지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참, 종종 청소년도서도 아닌 아동도서에 꽂혀 진지하게 책을 읽고있는 내 모습을 보면 참, 내가 정신연령을 아직 아동인가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어쨋거나 확실히 읽을만한 책이다. 별표 다섯개니까^^

놀라울정도로 똑똑한 천재 소녀 마틸다. 혼자서 글읽는 법을 배우고, 4살짜리가 혼자 도서관을 가서, 자기 몸집만한 책을 읽는다. 아직 나도 읽지 않은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뭐 소위 어른들이 깊이 생각하며 읽는 책들을 조그마한 아이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는다. 그리고 숫자계산은 어찌나 잘하는지! 그런데 한가지 흠은, 이렇게 똑똑한 소녀를 그 부모님들은 하찮은 존재로 취급해버린다. 자고로 여자는 꾸미는데 온 신경을 써야하며, 공부를 선택하면 멋진 남편을 못만나고 고생만 한다고 생각한다. 책읽는 것을 쓸모없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이 부모들이, 똑똑한 소녀 마틸다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 괴로움은 마틸다의 유쾌한 복수들로 지워간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 꼬마에게서 이렇게 발칙한 복수극이 짜질 수 있을까? 참, 내가 이랬었다면 얼마나 좋아~

그리고 온갖 악의 모둠 결정체인 트렌치불 교장선생님. 그녀는 예전에 헤머 던지기를 한, 자신은 결코 작은 아이였던 적이 없었다고 믿는, 우락부락한 여자다. 여자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아이들을 괴롭히길 좋아하는, 머리위에서 빙빙돌려 던지는 걸 즐기는 공공의 적이다. 진짜 실재로 이러한 교장선생님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됬을까? 책 속에서는 이 교장선생님이 부모님들에게도 아이들에게 처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어떤 부모도 나서서 뭐라하지 못한다고 나온다. 현실 속에선, 아니 대한민국에선 온갖 인권유린으로 종신형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나오지만,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진짜, 발칙하다. 오호, 발칙, 딱 어울리는 단어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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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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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p51

 

고미숙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책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바나나가 하고 있는 저말. 딱 저말을 나타내는 단어다.

인연에도 시절이 존재해서, 그 시절이란 것이 맞을 때 너와 내가 만나고,

그 시절이란 것이 흘러 바뀌게 되면 너와 내가 헤어지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어떤 흐름과도 같은 것이다. 란다.

만남과 이별, 그 앞뒤에 뭔가 존재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뭐, 머리아픈 고민은 그만하고.

바나나의 말처럼,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방법은 뭘까.

또 고민해야되네.

 

 

 

 

슬픈 것은 죽음이 아니다, 이 분위기이다.

그, 충격이다.

p102

 

어쩌면, 죽음이란,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단순 물리적 고통에서부터 심리적, 그리고 삶의 고통까지모두.

전체적으로 작가는 죽음에 대해서 긍정적인 것 같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제 사라지는데, 긍정적이라니?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드럭 부분에서 주인공과 가족은,

언니의 죽음 앞에서,

언니를 위한, 아니 자신들을 위한,

어떤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건 위지안이 <오늘 내가 살아갈이유>에서 말했듯이 그들에게 축복과도 비슷한 시기다.

그러니, 슬픈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다.

분위기. 죽음이라는 단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눈을 이젠 다시 바라볼 수 없다는 충격.

단지 나에게 닥칠 것들에 대한 슬픔 뿐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타인의 죽음이란 <불운Hard Luck>을 통하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늘 죽은 사람의 불운과 빈자리를 껴안고

<하드보일드Hard-boiled>하게 살아야 하는 숙제가 남습니다.

p138

 

하드보일드라는 뜻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또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담한 태도'라고 한다.

타인의 죽음의 근처에서 괜히, 그제서야,

죄의식이나 슬픔, 후회, 온갖 감정을 드러내서 무엇할까.

평소에 잘했다면, 뭐 잘했다는 표현이 우습긴하지만.

평소에 충분했다면,

죽음앞에서 자연스레 하드보일드하게 받아드릴 수 있지 않을까.

 

 

 

 

요시모토 바나나를 알게 된 건, 책보다 먼저 요시모토 나라의 일러스트다. 심술궂은 표정을 한, 아니 그냥 심술궂게 생긴 여자아이. 그 아이가 색다른 눈동자색으로 심술을 죽인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책을 읽게되었다. 역시 뭐든 보이는 게 중요한거같다 ㅋㅋㅋㅋ

처음 글을 읽어내려갈때의 느낌은 쉼표가 많구나...자주 문단을 나눴구나... 였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뭔가 멍-한 상태의 연속이었다. 내가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던걸까. 그렇게 책을 덮고 다시한번 생각을 돌렸다. 하드럭과 하드보일드. hard 힘듦. 옮긴이의 말을 보고 그제서야 제대로,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두가지 이야기다 타인의 '죽음'에 대한, 타인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사겼던 친구와, 가족을 타인이라고 말하기엔 좀 차가워보일수도 있지만, 내가아니면 다 남 아닌가. 그 남들 중에서 어떻게든 긴밀히 연결되있던 사람의 죽음. 죽음의 앞과 옆 뒤에 서있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뭐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막 너무좋고 막 그러진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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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이외수 지음 / 동숭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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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생물이다
젤 앞페이지

(허허... 내가 읽은 건 1994년 초판 본)

 

 

 

<아침>

아침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찬란하지는 않은 것이다.

 

어둠을 밝혀주는 해가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하지만 강하게 날 반기는 아침.

커튼이 없는 자취방에서 눈을 감고 달콤함에 빠져있는 나에게 아침은 달콤함을 앗아간다.

그러나, 그아침이 있기에 또 다른 달콤함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아침을 찬란하게 만드는 건,

그 전날의 나의 모습이될 오늘의 나의 모습이다.

 

 

 

 

<평화>

전쟁발발의 합리적 근거

 

피식했다. 명쾌해서일까.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평화를 깨뜨리는 모순.

전쟁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나라는 평화를 가장 많이 부르짖는다.

 

 

 

 

<화장>

여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실물보다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화공약품 따위로 얼굴을 도색해서 변조시키는 기술이다.

대개의 여자들이 성년이 되면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얼마간의 불만을 품게 된다.

화장은 그 불만에 대한 보완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화장품으로 얼굴을 도색해도 자신의 원래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마음가짐이다.

여자는 외모를 가꾸는 일에 시간을 많이 낭비할수록 천박한 아름다움으로 전락해 가고

내면을 가꾸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성숙해 간다.

 

음. 이건 공감할 수 없다.

망상을 이끌어낸 근본적인 원인은 남자에게 있다.

적당한 화장은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는 자기 만족이다.

그러나 여자들의 화장이 짙어지는 건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남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형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애초에 '예쁜 것'을 바란 것은 남자다.

여자 스스로는 거울이 있어야 자신을 볼 수있지만

일차적으로 그 여자를 볼 수 있는 것은 상대편이다.

뭐, 마음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의 아름다음을 볼 수 있는 남자가 화장 안해도 예쁜, 시선을 잡아끄는 여자만큼 드물기 때문에,

여자들이 화장을 시작한게 아닐까

하.... 뭔가 이렇게 쓰니까 열폭같다....

그렇지만 지나침이 나쁘단건 공감.

 

 

 

 

<예술>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

거기에는 선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몇일 전에 읽었던 고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선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움.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천재들은 노력한다.

천재들은 우리를 수용하지만, 우리는 천재들을 수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술에 취할 수 밖에 없다.

 

 

 

(클릭하는데 로그인 필요없음)

 이외수의 글을 읽고 싶어서, 어떤 분이 싸게 파는 걸 여러권 샀다. 그 중 제일 얇은 책이다.

  어제까지 이외수의 장편소설 <칼>을 읽었기 때문일까. 감성사전 곧곧에서 연결되는 그의 생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그의 기막힌 캐치에 감탄했다. 뭐 모든 내용들이 마음에 든건 아니다. 진부한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진부한 것들도 이외수의 말을 통해 진부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졌다. 광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 그리고 우리의 감성을 다시 끄집어내는 작가. 하나의 작은 단어를 설명함에 있어서, 그의 예리하고도 부드러운 묘사는 우리를 울렁이게 만든다.

 어찌보면 <감성사전>은 그 이름만으로 내 블로그와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여러분의 감성을 찾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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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3 : 칼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3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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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슴이 언제나 열려 있기를 빕니다.
당신의 가슴이 언제나 비어 있기를 빕니다.
작가의 말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다 기상을 신고한 다음 서둘러 이빨 닦고 세수하고 밥 먹고 버스에 올라타면

세상은 복잡한데 사는 일은 단순하다는 생각,

문득 회사를 때려치워버리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었다.

p32

 

맞다. 내가 아닌 남의 세상은 저렇게나 복잡한데, 내 삶은 단순하다.

아침점심저녁을 먹기위해 사는 듯이,

나도 단순하고 너도 단순하다.

그저, 회색빛의 반복.

 

 

 

 

"칼이 있던 시대는 그래도 생명의 존엄성이 살아 있었던 시대였다는 생각이 드네.

그러나 대포가 생긴 이후로는 생명 따윈 우습게 취급되기 시작했지.

칼로 인한 실수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정도이지만 대포나 총에 의한 실수는 사람을 죽게 만드네.

자네는 생명의 존엄성을 되찾은 기분으로 칼을 만들면 되네."

p86

 

 

 

 

편지란 누구든 받으면 반갑고 기쁜 것이다.

게다가 글이란 또 말보다 더 신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p102

 

우선, 이제 군인 아저씨들이 되고있는 내 친구들....

그렇게 편지써달라고 졸라대던데... 이거 포스팅 끝내고 바로 편지써줘야겠다.

글이 말보다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말은 공중에서 사라지지만

글은 거기에 명확하게, 박혀 사라지지않기 때문아닐까.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느 사립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내게서 세계사를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오직 시험 잘치는 법만 배웠습니다.

교장도 내게 그렇게 해주기를 강요했었습니다.

잘못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고칠 생각들을 안 합니다.

애들을 그 따위로 멍청하게 만들어서 장차 어디다 써 먹을 작정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p115

"나도 한때는 세계사에 남을 만한 인물이 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세계사나 읊조리는 대가로 몇 푼 월급이나 타먹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바른말하면 자기만 손해봅니다. 가장 현명한 자는 위를 보고 언제나 허리를 열심히 굽신거리거나 옳으신 말씀입니다 소리를 연발하는 자입니다. 저는 그렇지가 못했거든요.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p116

 

박정달씨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한 이웃 주민 세계사 선생님.

첫번째는 내가 고등학교 때 느꼈던 감정이고.(뭐 그땐, 공부가 하기 싫어서 든 생각이었지만)

두번째는 사람은 누구나 달콤한 칭찬아닌 칭찬, 아부에 약하다는 것.

 

 

 

 

정의도 힘이 있어야 승리하는 법이다.

특히 오늘날은 힘 자체가 정의처럼 보인다.

p123

 

여기에서 힘이란 물리적인 힘 뿐만아니라, 력이라고 부르는 권력, 금력 등도 포함된단다.

이것이 정의다 라고 부르짖어봤자, 힘이 없으면 그 어떤 목소리도 묻히기 나름이다.

정의롭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승리하지 못하는게,

딱 저 이유다.

그들에겐 힘이 없다.

설사, 요즘 힘을 가진 자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팔씨름을 붙어 이긴다고 해도,

그에겐 돈이 없고, 권력이 없고, 빽도 없다.

힘은 어디에 쓰여야 하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우선 여러 가지의 욕망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야비성이 필요한 법이다.

순박하고 정직하며 가난하고 선량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p267

 

 

 

 

 

  소설가 이외수님이 트윗활동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이름이 들먹거리길래, 그의 책 한권도 읽진 않고, 그저 그 트윗을 팔로우하기위해 트위터에 처음 가입했던게 생각났다. 비가 오면 그리움들이 피어오른다는 그. 오늘은 이슬비가 내린다. 예능에서도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이외수작가. 그의 책을 이제서야 펼쳐보게 되었다.

  '칼? 무를 써는 칼 같은 거? 음..칼로 뭘 베어버리겠단 걸까. 칼처럼 날카로운 인물이 나오는 걸까.'라고 제목에 대해 생각하며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문득 문득 나타나는 생전 처음보는 비유법, 묘사가 참 신선했다. '전화기 속에는 심한 잡음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뚜껑을 열고 손질을 하면 건조한 말의 부스럭지들이 바스러진 지푸라기처럼 부스스 떨어져 내릴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질 수 있도록 만들어버리는 신기함!

  그리고선 '힘'앞에서 한없이 작아드는 주인공 '박정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눈으로 본 회사. 사회. 그것은 우리가 보는 것들이었다. 한없이 평범해보이지만 평범하지않은 꿈을 꾸고있는 그. 울음소리을 내는 '신검'을 만들겠다. 이 신검이라는 것을 박정달이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 거의 끝을 다해갈때까지도 확신하지 못한채 읽었다. 포스팅을 봐도, 박정달은 그 어떤 힘도 없었고, 그 어떤 힘에게도 다 밀려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힘들을 다 무력화시킬 꿈을 꾼다. 꿈. 꿈을 꿀 수 있는 자체가 신검을 가진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너무 앓는 소리만 하고있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의 고민들은 현실속에서 충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또 내용이 한 없이 현실적이기도 하면서도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 현실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 순간 그것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다. 어쩌면 우리가 판타지를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몰르겠다. 판타지속 세상이 이렇다면 참, 슬플 것도 같다.

  여튼, 이런저런 핑계로 책을 잡을 기회가 많이는 없었지만, 한번잡자마자 막힘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꿈을 가지게하는 작품이다. 결국 자기희생을 필요로하는 큰 업적을, 꿈을 가지는 것. 멋진 일이다. 그나저나, 마지막 그 족자. 그 족자의 뜻을 아직 해석하지 못했다. 나도 차크라 명상법을 한번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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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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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1874년 1월 테오에게 中

 

감탄 (感歎/感嘆) [감ː탄]

[명사]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함.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느껴 감탄하는 것이 먼저다.

충분한 감탄이 있어야 비평이 뒤따를 수 있는 것이다.

질투가 아닌 감탄이 필요하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감에 따라

그리고 최초의 덧없이 지나가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1880년 7월 테오에게 中

 

너는 꿈이뭐니? 혹은 뭘 하고 싶니? 최종 목표가 뭐니?

라는 물음을 들었을때,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다.

어떻게 하고싶다라는 것은 있지만, 그걸 어떻게 이루어나가야 할지, 어떤방향으로 나가야할지, 막막하다.

그래서인지 그 끝인, 최종 목표가 어떻게 나타나야할지, 나타날것인지도 명백하지 않다.

고흐의 말대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생각들을 다듬어간다면,

목표는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사는 사람은 오직 그 하루만 사는 사람이다.

1882년 3월14일~18일 테오에게 中

 

이해가 될듯, 되지않은 듯 한 문구다.

어느 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나의 직위, 나의 생활에 순간 후회가 밀려온다면,

그것은 그저 그것을 하기위해, 즉 목표만을 위해 빠르게 달려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잘못된 방식으로 목표만을 쫓은 것이라고 한다.

진정으로 그 목표를 좋아서 사는 사람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에 필요한 모든것을 보고 배우며 도달한다고.

항상 그 목표에 대해, 이루어야만하는 어떠한 도전적인 것으로 보는것이아니라,

신념과 사랑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인걸까.

일단 이렇게 이해를 하고 넘어간다.

더 생각해봐야겠다.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우리 눈에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

음식을 사는 데 썼어야 할 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샀을 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보렴.

1882년 10월 1일 테오에게 中

 

그들에게 복권은 더 큰 어떠한 의미를 존재할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게하는 그 무언가일까.

 

 

 

 

 

너는 아직도 네가 평범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서 너는 왜 네 영혼 속에 있는 최상의 가치를 죽여 없애려는 거냐?

그렇게 한다면, 네가 겁내는 일이 이루어지고 말것이다.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지.

1883년 12월 17일 테오에게 中

 

평범함은 곧 필요치 않은 안주(安住)가 아닐까.

평범함이 곧 나쁜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고흐의 동생 고갱처럼,

평범함을 두려워하면서도

어떠한 노력도 하지않고, 반대하지않고,그냥 물흘러가듯 살아간다면

그때의 평범함은 패배가 되지 않을까.

 

 

 

 

 

 

"재능은 오랜 인내로 생겨나고,

창의성은 강한 의지와 충실한 관찰을 통한 노력으로 생긴다"

1888년 3월 테오에게 中

 

 

 

 

 

 

과거의 단편적인 기억은 아직도 나를 황홀하게 하며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한다네.

1888년 6월 18일 베르나르에게 中

 

'너로 설레고 온통 흔들렸던 그때로' 라는 존박의 <그노래>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단편적인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햇살이 하얗던 날 깨끗한 교복을 입고 노란연두색나뭇잎들 사이로 그리고 내 손가락 사이로 비춰보이던 그 풍경.

아직까지도 그 때 그 간지럽던 바람과 두근거리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 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1888년 6월 테오에게 中

 

삶 전체를 볼 수 있거나, 혹은 한 귀퉁이 밖에 알 수 없거나

당장 앞을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가족이나 조국은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매력적인지 모른다.

1888년 8월 테오에게

 

우리의 상상 속에, 이상적으로 존재하는 가족, 조국

현실속에선 빈틈 투성이다.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더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고흐가 동생 테오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가 시간순으로 나열되있고, 또 고흐의 인생을 정리해 준다.

 그저 정제되지 않은 유화들을 그린 화가이자, 자신을 귀를 자른 화가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영혼을 담은 편지들. 그래, 영혼의 편지라고 이름 붙일만 했다. 가족에게, 그리고 사회속에서 인정받지 못한 그는 스스로 나그네를 자처했다. 자신을 개에 비유하기도하고, 새에 비유하기도 하고, 화가이기도 하지만 작가이기도하다. 많이 위로받고, 배울수 있었던 책이었다. 하, 왜 이렇게 옮겨놓고 싶은 문구들이 많은건지......

  그런데 읽다보니 동생 테오 또한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을 위해, 형이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아낌없는 금전적지원이라, 아니 금적적지원뿐만아니라, 고흐의 그림에 대해, 생활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피드백을 해주며 무한 관심을 가졌다. 참 대단한 형제애다. 이 책은 고흐의 편지를 위주로 묶여있어 어쩌면 주관적인 글일 수도 있다. 그 시기의 다른 사람들이 고흐에 대해, 특히 동생 테오나, 친구 베르나르, 고갱 등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보여줄 수 있는 편지를 같이 묶었다면 좀 더 객관적으로 고흐를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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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이밀레가? 2012-04-19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조명하는 부분이 다른 것이 인상적이네요.
깔끔하게 인상깊었던 문구를 정리하고 코멘트를 다는 이런 형식이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