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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ㅣ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1874년 1월 테오에게 中
감탄 (感歎/感嘆) [감ː탄]
[명사] 마음속 깊이 느끼어 탄복함.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느껴 감탄하는 것이 먼저다.
충분한 감탄이 있어야 비평이 뒤따를 수 있는 것이다.
질투가 아닌 감탄이 필요하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감에 따라
그리고 최초의 덧없이 지나가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1880년 7월 테오에게 中
너는 꿈이뭐니? 혹은 뭘 하고 싶니? 최종 목표가 뭐니?
라는 물음을 들었을때,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다.
어떻게 하고싶다라는 것은 있지만, 그걸 어떻게 이루어나가야 할지, 어떤방향으로 나가야할지, 막막하다.
그래서인지 그 끝인, 최종 목표가 어떻게 나타나야할지, 나타날것인지도 명백하지 않다.
고흐의 말대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생각들을 다듬어간다면,
목표는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사는 사람은 오직 그 하루만 사는 사람이다.
1882년 3월14일~18일 테오에게 中
이해가 될듯, 되지않은 듯 한 문구다.
어느 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나의 직위, 나의 생활에 순간 후회가 밀려온다면,
그것은 그저 그것을 하기위해, 즉 목표만을 위해 빠르게 달려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잘못된 방식으로 목표만을 쫓은 것이라고 한다.
진정으로 그 목표를 좋아서 사는 사람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에 필요한 모든것을 보고 배우며 도달한다고.
항상 그 목표에 대해, 이루어야만하는 어떠한 도전적인 것으로 보는것이아니라,
신념과 사랑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인걸까.
일단 이렇게 이해를 하고 넘어간다.
더 생각해봐야겠다.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우리 눈에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
음식을 사는 데 썼어야 할 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샀을 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보렴.
1882년 10월 1일 테오에게 中
그들에게 복권은 더 큰 어떠한 의미를 존재할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게하는 그 무언가일까.
너는 아직도 네가 평범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서 너는 왜 네 영혼 속에 있는 최상의 가치를 죽여 없애려는 거냐?
그렇게 한다면, 네가 겁내는 일이 이루어지고 말것이다.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지.
1883년 12월 17일 테오에게 中
평범함은 곧 필요치 않은 안주(安住)가 아닐까.
평범함이 곧 나쁜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고흐의 동생 고갱처럼,
평범함을 두려워하면서도
어떠한 노력도 하지않고, 반대하지않고,그냥 물흘러가듯 살아간다면
그때의 평범함은 패배가 되지 않을까.
"재능은 오랜 인내로 생겨나고,
창의성은 강한 의지와 충실한 관찰을 통한 노력으로 생긴다"
1888년 3월 테오에게 中
과거의 단편적인 기억은 아직도 나를 황홀하게 하며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한다네.
1888년 6월 18일 베르나르에게 中
'너로 설레고 온통 흔들렸던 그때로' 라는 존박의 <그노래>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단편적인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햇살이 하얗던 날 깨끗한 교복을 입고 노란연두색나뭇잎들 사이로 그리고 내 손가락 사이로 비춰보이던 그 풍경.
아직까지도 그 때 그 간지럽던 바람과 두근거리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는 삶 전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삶의 한 귀퉁이 밖에 알 수 없는 것일까?
1888년 6월 테오에게 中
삶 전체를 볼 수 있거나, 혹은 한 귀퉁이 밖에 알 수 없거나
당장 앞을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가족이나 조국은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매력적인지 모른다.
1888년 8월 테오에게
우리의 상상 속에, 이상적으로 존재하는 가족, 조국
현실속에선 빈틈 투성이다.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더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고흐가 동생 테오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가 시간순으로 나열되있고, 또 고흐의 인생을 정리해 준다.
그저 정제되지 않은 유화들을 그린 화가이자, 자신을 귀를 자른 화가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영혼을 담은 편지들. 그래, 영혼의 편지라고 이름 붙일만 했다. 가족에게, 그리고 사회속에서 인정받지 못한 그는 스스로 나그네를 자처했다. 자신을 개에 비유하기도하고, 새에 비유하기도 하고, 화가이기도 하지만 작가이기도하다. 많이 위로받고, 배울수 있었던 책이었다. 하, 왜 이렇게 옮겨놓고 싶은 문구들이 많은건지......
그런데 읽다보니 동생 테오 또한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을 위해, 형이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아낌없는 금전적지원이라, 아니 금적적지원뿐만아니라, 고흐의 그림에 대해, 생활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피드백을 해주며 무한 관심을 가졌다. 참 대단한 형제애다. 이 책은 고흐의 편지를 위주로 묶여있어 어쩌면 주관적인 글일 수도 있다. 그 시기의 다른 사람들이 고흐에 대해, 특히 동생 테오나, 친구 베르나르, 고갱 등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보여줄 수 있는 편지를 같이 묶었다면 좀 더 객관적으로 고흐를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