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3 : 칼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3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당신의 가슴이 언제나 열려 있기를 빕니다.
당신의 가슴이 언제나 비어 있기를 빕니다.
작가의 말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다 기상을 신고한 다음 서둘러 이빨 닦고 세수하고 밥 먹고 버스에 올라타면

세상은 복잡한데 사는 일은 단순하다는 생각,

문득 회사를 때려치워버리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었다.

p32

 

맞다. 내가 아닌 남의 세상은 저렇게나 복잡한데, 내 삶은 단순하다.

아침점심저녁을 먹기위해 사는 듯이,

나도 단순하고 너도 단순하다.

그저, 회색빛의 반복.

 

 

 

 

"칼이 있던 시대는 그래도 생명의 존엄성이 살아 있었던 시대였다는 생각이 드네.

그러나 대포가 생긴 이후로는 생명 따윈 우습게 취급되기 시작했지.

칼로 인한 실수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정도이지만 대포나 총에 의한 실수는 사람을 죽게 만드네.

자네는 생명의 존엄성을 되찾은 기분으로 칼을 만들면 되네."

p86

 

 

 

 

편지란 누구든 받으면 반갑고 기쁜 것이다.

게다가 글이란 또 말보다 더 신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p102

 

우선, 이제 군인 아저씨들이 되고있는 내 친구들....

그렇게 편지써달라고 졸라대던데... 이거 포스팅 끝내고 바로 편지써줘야겠다.

글이 말보다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말은 공중에서 사라지지만

글은 거기에 명확하게, 박혀 사라지지않기 때문아닐까.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느 사립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내게서 세계사를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오직 시험 잘치는 법만 배웠습니다.

교장도 내게 그렇게 해주기를 강요했었습니다.

잘못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고칠 생각들을 안 합니다.

애들을 그 따위로 멍청하게 만들어서 장차 어디다 써 먹을 작정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p115

"나도 한때는 세계사에 남을 만한 인물이 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세계사나 읊조리는 대가로 몇 푼 월급이나 타먹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바른말하면 자기만 손해봅니다. 가장 현명한 자는 위를 보고 언제나 허리를 열심히 굽신거리거나 옳으신 말씀입니다 소리를 연발하는 자입니다. 저는 그렇지가 못했거든요.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p116

 

박정달씨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한 이웃 주민 세계사 선생님.

첫번째는 내가 고등학교 때 느꼈던 감정이고.(뭐 그땐, 공부가 하기 싫어서 든 생각이었지만)

두번째는 사람은 누구나 달콤한 칭찬아닌 칭찬, 아부에 약하다는 것.

 

 

 

 

정의도 힘이 있어야 승리하는 법이다.

특히 오늘날은 힘 자체가 정의처럼 보인다.

p123

 

여기에서 힘이란 물리적인 힘 뿐만아니라, 력이라고 부르는 권력, 금력 등도 포함된단다.

이것이 정의다 라고 부르짖어봤자, 힘이 없으면 그 어떤 목소리도 묻히기 나름이다.

정의롭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승리하지 못하는게,

딱 저 이유다.

그들에겐 힘이 없다.

설사, 요즘 힘을 가진 자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팔씨름을 붙어 이긴다고 해도,

그에겐 돈이 없고, 권력이 없고, 빽도 없다.

힘은 어디에 쓰여야 하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우선 여러 가지의 욕망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야비성이 필요한 법이다.

순박하고 정직하며 가난하고 선량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p267

 

 

 

 

 

  소설가 이외수님이 트윗활동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이름이 들먹거리길래, 그의 책 한권도 읽진 않고, 그저 그 트윗을 팔로우하기위해 트위터에 처음 가입했던게 생각났다. 비가 오면 그리움들이 피어오른다는 그. 오늘은 이슬비가 내린다. 예능에서도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이외수작가. 그의 책을 이제서야 펼쳐보게 되었다.

  '칼? 무를 써는 칼 같은 거? 음..칼로 뭘 베어버리겠단 걸까. 칼처럼 날카로운 인물이 나오는 걸까.'라고 제목에 대해 생각하며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문득 문득 나타나는 생전 처음보는 비유법, 묘사가 참 신선했다. '전화기 속에는 심한 잡음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뚜껑을 열고 손질을 하면 건조한 말의 부스럭지들이 바스러진 지푸라기처럼 부스스 떨어져 내릴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질 수 있도록 만들어버리는 신기함!

  그리고선 '힘'앞에서 한없이 작아드는 주인공 '박정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눈으로 본 회사. 사회. 그것은 우리가 보는 것들이었다. 한없이 평범해보이지만 평범하지않은 꿈을 꾸고있는 그. 울음소리을 내는 '신검'을 만들겠다. 이 신검이라는 것을 박정달이 만들 수 있을까 없을까 거의 끝을 다해갈때까지도 확신하지 못한채 읽었다. 포스팅을 봐도, 박정달은 그 어떤 힘도 없었고, 그 어떤 힘에게도 다 밀려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힘들을 다 무력화시킬 꿈을 꾼다. 꿈. 꿈을 꿀 수 있는 자체가 신검을 가진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너무 앓는 소리만 하고있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의 고민들은 현실속에서 충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또 내용이 한 없이 현실적이기도 하면서도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 현실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 순간 그것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다. 어쩌면 우리가 판타지를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몰르겠다. 판타지속 세상이 이렇다면 참, 슬플 것도 같다.

  여튼, 이런저런 핑계로 책을 잡을 기회가 많이는 없었지만, 한번잡자마자 막힘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꿈을 가지게하는 작품이다. 결국 자기희생을 필요로하는 큰 업적을, 꿈을 가지는 것. 멋진 일이다. 그나저나, 마지막 그 족자. 그 족자의 뜻을 아직 해석하지 못했다. 나도 차크라 명상법을 한번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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