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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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p51

 

고미숙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책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바나나가 하고 있는 저말. 딱 저말을 나타내는 단어다.

인연에도 시절이 존재해서, 그 시절이란 것이 맞을 때 너와 내가 만나고,

그 시절이란 것이 흘러 바뀌게 되면 너와 내가 헤어지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어떤 흐름과도 같은 것이다. 란다.

만남과 이별, 그 앞뒤에 뭔가 존재하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뭐, 머리아픈 고민은 그만하고.

바나나의 말처럼,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방법은 뭘까.

또 고민해야되네.

 

 

 

 

슬픈 것은 죽음이 아니다, 이 분위기이다.

그, 충격이다.

p102

 

어쩌면, 죽음이란,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단순 물리적 고통에서부터 심리적, 그리고 삶의 고통까지모두.

전체적으로 작가는 죽음에 대해서 긍정적인 것 같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제 사라지는데, 긍정적이라니?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드럭 부분에서 주인공과 가족은,

언니의 죽음 앞에서,

언니를 위한, 아니 자신들을 위한,

어떤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건 위지안이 <오늘 내가 살아갈이유>에서 말했듯이 그들에게 축복과도 비슷한 시기다.

그러니, 슬픈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다.

분위기. 죽음이라는 단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눈을 이젠 다시 바라볼 수 없다는 충격.

단지 나에게 닥칠 것들에 대한 슬픔 뿐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타인의 죽음이란 <불운Hard Luck>을 통하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늘 죽은 사람의 불운과 빈자리를 껴안고

<하드보일드Hard-boiled>하게 살아야 하는 숙제가 남습니다.

p138

 

하드보일드라는 뜻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또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담한 태도'라고 한다.

타인의 죽음의 근처에서 괜히, 그제서야,

죄의식이나 슬픔, 후회, 온갖 감정을 드러내서 무엇할까.

평소에 잘했다면, 뭐 잘했다는 표현이 우습긴하지만.

평소에 충분했다면,

죽음앞에서 자연스레 하드보일드하게 받아드릴 수 있지 않을까.

 

 

 

 

요시모토 바나나를 알게 된 건, 책보다 먼저 요시모토 나라의 일러스트다. 심술궂은 표정을 한, 아니 그냥 심술궂게 생긴 여자아이. 그 아이가 색다른 눈동자색으로 심술을 죽인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책을 읽게되었다. 역시 뭐든 보이는 게 중요한거같다 ㅋㅋㅋㅋ

처음 글을 읽어내려갈때의 느낌은 쉼표가 많구나...자주 문단을 나눴구나... 였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뭔가 멍-한 상태의 연속이었다. 내가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던걸까. 그렇게 책을 덮고 다시한번 생각을 돌렸다. 하드럭과 하드보일드. hard 힘듦. 옮긴이의 말을 보고 그제서야 제대로,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두가지 이야기다 타인의 '죽음'에 대한, 타인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사겼던 친구와, 가족을 타인이라고 말하기엔 좀 차가워보일수도 있지만, 내가아니면 다 남 아닌가. 그 남들 중에서 어떻게든 긴밀히 연결되있던 사람의 죽음. 죽음의 앞과 옆 뒤에 서있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뭐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막 너무좋고 막 그러진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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