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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산 수색대 - 제12회 스토리킹 수상작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김두경 지음, 아인 그림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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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즈음이었을까? 유튜브 알고리즘에 떴던 한 다큐멘터리를 기억한다.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는 다큐멘터리였다. 옷산 수색대의 배경이 되는 '옷산'도 아마 이런 영상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쉽게 사고, 또 쉽게 헌옷수거함에 버리는 옷이,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 마구 내던져지는 실체를 보고는 가슴이 선득했던 기억이 난다. 옷산 수색대를 읽으며,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던 우리의 지난 몇 년과, 또 다큐멘터리 속에서 보았던 그 거대한 옷무더기가 생각났다. 옷산과 팬데믹을 자연스레 엮어낸 작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옷산 수색대>는 환경 문제, 아동 노동, 팬데믹, 외모 지상주의, 거대 자본의 이면 등 커다란 사회 문제들을 속속들이 다루고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에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과 또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사연이 잘 드러나있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또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누군가의 흔적을 되찾기 위해 옷산을 배경으로 모두가 절박하게 움직인다. 이미 주어져 버린 거대한 구조 속에서 지담이를 비롯한 인물들은 균열을 만들기 위해 자기가 가진 최선의 용기를 내보기도 한다.


다가올 미래가 그리 밝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특히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으며 읽다보면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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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마켓 - 외계인과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어윤정 지음, 이로우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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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중고시장에 내놓은 내 물건이 몇 달째 누군가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집 한 구석에서 왠지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아직 쓸만해 보여서 내놓은 건데, 그냥 나눠주기는 조금 아깝고, 팔려고 내놓으니 남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학교에서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알뜰시장을 열면 아이들이 가져오는 물건들도 보통 집에서 쓸모없어진 무언가인 경우가 많다. 운이 좋다면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져 자기 물건도 제값에 팔고, 원하는 물건을 “득템”해서 집에 가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개는 나에게 쓸모없어진 물건이 친구에게도 딱히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져왔던 물건을 그대로 가져가게 된다. 우리 사는 이 세상에 빅뱅마켓이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망하고 집에 돌아가는 어린이들이 훨씬 줄어들텐데 말이다. 우리집에 애매하게 쌓여있는 저 잡지 묶음이 어떤 외계인에게는 희귀한 간식이 될 지도,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냉장고 속 양파즙들이 또 어떤 외계인에게는 목숨을 구하는 약이 될 수도 있다면?


이 책을 가족들이 함께 읽는다면, 집안에 손이 잘 닿지 않는 물건들이 저 먼 우주에서는 어떤 쓸모를 갖게 될 지, 집안을 정리하며 즐겁게 상상해도 좋을 것이다. 당장 우리에겐 빅뱅마켓이 없으니 집의 한정된 공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물건들을 그냥 버려야 하는 일도 생기지만, 그냥 버리기 보다는 사물을 한번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창의력의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작은 물건이 존재만으로도 쓸모가 무한하다면, 우리 사람은 또 어떠한가, 진부하지만 슬쩍 던져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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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김혜온 지음, 전해숙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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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들과 같은 학년에 전학 온 학생이 휠체어 이용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반 아이들이 실례(?)를 범하지 않을까 싶어, 학교에서 만나면 너무 신기해하지 말고, 혹시 내년에 같은 반이 되면 친구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도와주면 된다는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그러다 평소 호기심 많은 한 학생이 내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휠체어 타는 친구도 신발을 신어요?" 자기 생각에 신발을 신는 건 갑갑하고 불편한데, 휠체어를 타면 신발을 안 신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단다. 신발을 신는 건 예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고~ 겨울에는 발도 시리고~ 하는 적당한 답을 준 뒤에도, 그 질문이 며칠 마음에 맴돌았다. 그러다 정말 반갑게도 이 책을 만났다.


10여 년 전 나는 낮에는 대학생, 저녁에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내 또래 대학생의 일상을 함께하는 일이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그녀와 함께하며 나는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휠체어 이용자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대학가의 오래된 식당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도보에 장식처럼 달려있는 경사로는 너무 가팔라 전동 휠체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를 읽으며 그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처절하게 투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있고 또 그 친구는 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 놀 수 있다고 나긋나긋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해준다. 아직은 지호와 모든 곳을 함께 갈 수는 없지만, 지호와 같이 신나게 놀고 싶으면 같이 신나게 놀 수 있다고 말이다. 10여 년 전 나와 함께 했던 그 친구가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들과 연대하며 자기 뜻을 펼치고 사는 것처럼, 장애는 사람과 사람을 가로막을 수 없으니까.


조만간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려고 한다. 지호가 우리 동네에 놀러간다면 어디를 가면 좋을까? 10월에 가는 체험학습 장소는 휠체어 탄 친구와 다니기 괜찮을까? 만약에 휠체어가 가기 어려운 길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나올 현명한 답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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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전쟁 꿈터 어린이 48
이초아 지음, 최현묵 그림 / 꿈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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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 물품을 버리러 가는 날이면 매번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택배가 우리집에 왔었다구?’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온갖 물건을 다음 날, 심지어 그날 밤에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지만 그래도 이따금 생각한다. ‘이 물건을 배달하는 분들은 더운 날 많이 힘드실텐데, 제 때 쉬고 계실까?’ ‘배달을 시키면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직접 나가서 사와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요 며칠 우리집 앞에 놓였던 다양한 택배 박스와 봉지들이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인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택배 전쟁> 속 인물들도 다 나름의 사정은 있다.

얄밉기만 했던 건우와 건우 엄마에게도, 잔소리가 한가득인 할아버지에게도, 퉁명스러워 보였던 경비 아저씨에게도, 엄마에게 떼를 쓰는 연호에게도, 또 그런 연호에게 어림도 없는 엄마까지도.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지만, 나와 우리 주변 이웃들에게 나름의 사정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타인의 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 조금 더 넉넉한 마음을 먹고 연대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는 특별하다. 가끔씩 뉴스에 훈훈히 들려오는 그런 이야기를 모두 칭송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귀중한 힘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읽는 이들에게 그런 용기의 씨앗이 한 알 심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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