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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마켓 - 외계인과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어윤정 지음, 이로우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8월
평점 :
모바일 중고시장에 내놓은 내 물건이 몇 달째 누군가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집 한 구석에서 왠지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아직 쓸만해 보여서 내놓은 건데, 그냥 나눠주기는 조금 아깝고, 팔려고 내놓으니 남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학교에서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알뜰시장을 열면 아이들이 가져오는 물건들도 보통 집에서 쓸모없어진 무언가인 경우가 많다. 운이 좋다면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져 자기 물건도 제값에 팔고, 원하는 물건을 “득템”해서 집에 가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개는 나에게 쓸모없어진 물건이 친구에게도 딱히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져왔던 물건을 그대로 가져가게 된다. 우리 사는 이 세상에 빅뱅마켓이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망하고 집에 돌아가는 어린이들이 훨씬 줄어들텐데 말이다. 우리집에 애매하게 쌓여있는 저 잡지 묶음이 어떤 외계인에게는 희귀한 간식이 될 지도,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냉장고 속 양파즙들이 또 어떤 외계인에게는 목숨을 구하는 약이 될 수도 있다면?
이 책을 가족들이 함께 읽는다면, 집안에 손이 잘 닿지 않는 물건들이 저 먼 우주에서는 어떤 쓸모를 갖게 될 지, 집안을 정리하며 즐겁게 상상해도 좋을 것이다. 당장 우리에겐 빅뱅마켓이 없으니 집의 한정된 공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물건들을 그냥 버려야 하는 일도 생기지만, 그냥 버리기 보다는 사물을 한번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창의력의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작은 물건이 존재만으로도 쓸모가 무한하다면, 우리 사람은 또 어떠한가, 진부하지만 슬쩍 던져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