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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실행 전략 37 - 주도성을 키우고 깊이 있는 학습으로 이끄는
양은석 지음 / 교육과실천 / 2025년 4월
평점 :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기 전 다른 업계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워낙 오래 해왔기에, 신규로 발령받고도 수업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교대를 다니던 시절 교생 수업에서도 수업 만큼은 늘 "이미 현직같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 작위적이라는 임용시험 수업 실연을 준비하면서도, 매번 안정감이 있다고 스스로 느껴왔다. 그렇게 3년차 교사로 일을 하던 올해, 이 책을 만나고 머리가 한 번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경력도 길지 않은 주제에 내 수업에 관성적으로 굳어진 부분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내가 생활지도나 학부모 응대와 업무에 지쳤다는 핑계로 얼마나 수업을 등한시해왔는지 말이다.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의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2부 3장 "명확한 안내와 확인하기"이다. 나는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여러 번 질문을 하게 되면 목표 시간 내에 활동을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처음 해보는 활동의 경우, 예측하지 못한 문제행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미리 선제적으로 막아두는 작업이 필요함을 몇 차례 느껴왔다. 예상되는 문제행동에 대해 사전에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그를 대체하는 올바른 행동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분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올바른 행동을 당연히 알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밝혀주는 작업이 필요함을 알게되었고 바로 실천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2부 4장 "수업에 변화 주기"이다.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는 몇 가지 방식들을 돌려 사용하는 경향성이 있었는데, 하루 6교시 수업 중 나와 아이들이 만나는 4-5교시 정도를 조금 더 활력있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이 레파토리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올해 우리 반의 규칙 중 하나는 "손 들고 말하기"인데, 이 규칙과 별개로 내가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발문을 많이 한다는 것을 느껴 학생들이 종종 혼란스러워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엄지손가락을 들고 발화하면 그 때는 손 들고 발표하는 것으로 정해뒀는데, 이 책에서처럼 내가 아예 손을 들고 발화하면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마지막으로는 4부 2장 "이해를 돕는 평가하기"이다. 일정을 정해놓고 실시하는 평가가 아니더라도, 사실 교사는 수시로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이해를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를 매번 기록하지 못하다보니 스스로 내가 평가 중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활동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팁들이 책에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었다. 무작위 뽑기를 통한 지명 발표는 내가 종종 사용하던 방식인데, 이 때는 학생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몇 가지 장치를 활용할 필요를 인식하게 되었다. (발표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교사가 되다보니, 발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몰라주었던 것 같아 미안해지기도..)
다양한 수업을 실천하고 또 보고 조언해왔던 선배 교사의 책이다보니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팁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하며, '아, 내가 이 부분은 잘하고 있네!' 와 '아, 이걸 내가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군..'을 오가며 수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1년에 몇 차례 되지 않는, 잘 짜놓은 공개 수업 외에는 내 수업을 스스로 돌아보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장의 상황이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양질의 수업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모르는 교사들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 잘 하고 있는지를 오랜만에 한 번 점검해보고 싶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리라 생각한다.